올여름의 무더위도 처서(處暑)를 지나고 나니 한풀 꺾인 느낌이다. 아침저녁으로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면서 잠잠했던 코에도 슬금슬금 불편한 신호가 나타난다.
갑자기 멀건 콧물이 주르륵 흐르는가 하면, 코가 간질간질하면서 연방 재채기가 나오고, 냄새를 거의 맡지 못할 정도로 코가 꽉 틀어 막히는 것이다.
환절기만 되면반갑지 않은 손님, 비염이 찾아온 탓이다. 물론 이 불청객의 방문이 코에서만 끝나면 그나마 다행이다. 자칫 잘못 대처하면 합병증을 일으킬수도 있다.
사람의 몸에는 대소변을 배출구 2개와 얼굴에 자리한 이목구비(耳目口鼻) 7개의 구멍을 합쳐 ‘구규(九竅)’가 뚫려 있다.
그런데 콧구멍은 얼굴 정중앙에 위치한 까닭에, 코에 좋지 않은 일이 생기면 상하좌우의 눈·입·귀에도 악영향을 끼치기 마련이다. 비염이 제때 적절히 치료되지 않으면 코 자체는 물론 위쪽의 눈에도, 옆쪽의 귀에도, 아래쪽의 입에도 합병증 및 후유증이 쉽게 발생한다.
비염(鼻炎)은 쉽게 말해 코(鼻)에 화재(炎)가 발생한 것이다. 당연히 당장은 코가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한다. 처음에는 맑다가 나중에는 누런 콧물이 나오고, 재채기를 동반하며 코가 막히는 증상을 보인다.
그리고 이 불길이 제때 적절히 진압되지 않으면 활활 타올라 사방팔방으로 열기(熱氣)가 퍼진다.
이것이 가장 근접한 동굴 부비동(副鼻洞)에 번지면, 고름처럼 누런 콧물이 줄줄 흐르는 축농증(蓄膿症)이 발생해서 두통·두중(頭重; 머리가 맑지 않고 무거움)·기억력 저하 등의 학습장애까지 초래한다.
불길이 위로 치솟아 눈에 이르면 눈이 메말라 시력감퇴로 이어질 수 있다.
또 코 옆쪽의 귀로 뚫린 이관(耳管)을 통과해 중이(中耳)에 다다르면 중이염이 병발하고 심한 경우엔 귀지도 많아지고 청력장애를 일으킨다.
게다가 비염의 악화는 곧바로 입 냄새, 구취(口臭)로 연결되기 십상이다.
▲ 수시로 가운데 손가락으로 코의 양쪽 콧마루 언저리를 20~30번씩 문질러 따뜻하게 해주면, 폐 또한 따뜻하고 윤택해진다. |
왜냐하면 한의학에서는 콧물·재채기·코막힘의 3대 증상이 특징인 비염, 특히 알레르기성 비염의 가장 큰 원인은 차가운 기운, 곧 한기(寒氣)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아울러 코는 몸속의 폐가 밖으로 드러난 구멍이라서 찬바람 맞아 생긴 콧병을 치료할 때에는 폐를 따뜻하게 하는 온폐(溫肺)의 약물을 사용하기도 한다. 곧 ‘동의보감’에 실린 이 콧병 예방법은 폐를 따뜻하고 윤택하게끔 하는 온폐·윤폐(潤肺)의 효과를 발휘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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