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도를 넘나드는 때 이른 무더위가 계속되더니 이번 주말부터 장마가 시작되며 더위가 한풀 꺾일 듯하다. 사계절의 변화도 모자라 이처럼 늘 변덕스러운 날씨를 겪다보니 우리의 신체 또한 그에 적응하느라 여러 가지 질환에 노출되곤 한다.
한의학에서는 기후의 변화를 ‘육기(六氣)’라고 하여 여섯 가지로 설명하는데, 바로 공기의 유동인 ‘풍(風)’, 기온의 하강 또는 상승을 뜻하는 ‘한(寒)’과 ‘열(熱)’, 습도의 증가인 ‘습(濕)’, 습의 저하를 뜻하는 ‘조(燥)’, 서와 열이 더욱 발전한 ‘화(火)’이다. 이러한 풍, 한, 서, 습, 조, 화가 인체에 침입하여 질병의 원인이 될 때, 이를 나쁜 기운이라 하여 ‘육음(六淫)’이라 부른다.
몸이 건강한 사람이라면 기후의 변화에 맞춰 몸이 적응하기 마련이나, 평소 관절염 같은 만성통증을 앓고 있는 경우라면 통증이 더 심해짐을 느낄 수 있다. 체내 수분이 증발되지 않고 관절에 습(濕)이 남게 될 경우 관절의 염증과 부종을 악화시기 때문이다. 이를 나쁜 습, 즉 ‘습사(濕邪)’에 노출되었다고 표현한다. 흐리거나 비가 오는 저기압의 날씨 또한 상대적으로 관절 내의 압력을 증가시켜 관절의 압박감과 통증을 심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어르신들이 ‘아이고 무릎이야, 비가 오려나?’하고 하늘을 바라보던 모습이 낯설지 않은 이유다.
장마철에는 야외활동이 줄어들어 자연스레 운동량이 줄어드는데, 이 또한 관절 통증의 원인이 된다. 무릎을 쓰지 않게 되면 관절이 점차 굳어지고 관절 주변에서 관절을 지탱해주는 근육 또한 약해지기 때문이다. 아프다고 해서 가만히 있을 게 아니라 관절을 수시로 움직여주어야 관절이 부드러워지고 관절 주변조직을 튼튼하게 만들어 통증이 감소되는 효과가 있다. 장마철이라도 실내에서 할 수 있는 고정식 자전거 타기나 스트레칭 등을 틈틈이 실시해주는 것이 좋다.
쾌적한 실내 환경 조성을 통해 관절 통증을 다스리는 것도 방법이다. 틈틈이 환기를 시키고 난방을 가동해 집안의 습기를 제거하는 것이 좋다. 지나친 냉방은 관절 주변 근육을 긴장시키고 관절을 뻣뻣하게 만들어 통증을 심화시키므로 피하는 것이 좋다. 특히 무릎에 찬바람을 직접 쐬지 않도록 주의한다. 여름에 주로 찾게 되는 차가운 음료 또한 신체 내부에 습한 기운을 쌓이게 하므로 음료 대신 생강차나 차조기 잎으로 달인 차를 복용하면 몸의 습한 기운을 제거하는 데 효과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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