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5년 만에 드디어 임신에 성공한 주부 조모씨(33)는 태교를 위해 책을 많이 읽어야겠다고 마음 먹으면서 평소 착용하던 콘택트렌즈 대신 안경을 새로 맞추기 위해 안과에 들렀다가 청천벽력과 같은 얘기를 들었다. 시신경의 손상으로 인해 시야가 점점 좁아지며 실명으로 진행되는 '녹내장' 진단을 받은 것. 젊은 나이에 녹내장이라는 것도 받아들이기 힘들었지만 무엇보다도 어렵게 생긴 아이를 건강하게 낳을 수 있을 지가 걱정이었다.
조씨는 친정 아버지가 녹내장을 앓고 있어 평생 동안 매일 안약을 넣어 안압(안구 내부의 압력)이 높아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매일 안약을 넣는 것이 어렵게 가진 뱃속의 아이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주지 않을까 하는 우려 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애만 태우고 있었다. 더구나 친정아버지에게는 녹내장이 딸에게 유전됐다는 죄책감을 가질까 봐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러나 임산부에게도 녹내장 치료가 가능하다. 약물이나 수술에 의존하지 않고도 치료하는 방법이 있다는 것. 누네안과병원 홍영재 원장은 "'선택적 레이저 섬유주성형술(Selective Laser Trabeculoplasty; SLT)'은 조씨와 같이 약물을 사용할 수 없는 임산부뿐 아니라 약물 부작용이나 안구 표면 질환이 있어 안약을 사용할 수 없는 환자의 경우에도 널리 쓰이고 있는 최신 치료법"이라고 말했다.
레이저를 이용한 시술은 녹내장 분야에서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하지만 기존에 쓰이던 아르곤 레이저는 고열의 에너지 발열로 인해 조직에 손상을 입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조직변형과 추가적인 합병증을 일으킬 소지가 있었다. 또한 시술 후 수 개월에서 수 년이 지난 후 다시 안압이 상승해 추가적인 치료가 필요한 경우 효과가 떨어져 반복해서 치료하기에는 적절치 못했다.
이를 보완한 레이저 치료법이 선택적 레이저 섬유주성형술(SLT). 선택적 레이저 섬유주성형술(SLT)은 기존 아르곤 레이저와 달리 비발열성(Cold Laser)레이저를 조사해 주변 조직에는 손상을 주지 않고 기능이 저하된 시신경 섬유주만 골라 자극함으로써 기능 상승을 도모해 안압을 낮추는 효과가 있다.
안압 하강 효과도 크며 지속 기간도 길다. 또한 조직 손상이 없기 때문에 횟수에 제한 없이 여러 번 반복 치료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누네안과병원 정재림 원장은 "개방각 녹내장에서 안압을 떨어뜨리는 치료법 중 상당히 발달된 방법으로, 안정적이면서도 이미 국내외 다수 논문과 임상시험에서 충분히 효과가 입증된 최신 치료법"이라고 설명했다.
선택적 레이저 섬유주성형술(SLT)은 △안압약을 사용하고 있으나 안압 조절이 안되는 경우 △수술적 처치가 필요하나 환자의 전신적 상태 등으로 인해 수술이 곤란한 경우 △녹내장을 처음 진단 받았으나 안약을 사용할 수 없다고 판단되는 경우 △안압약의 사용으로 충혈, 작열감 등을 유발해 일상생활에 불편이 있는 경우 적합하다.
아울러 이 수술법은 약물치료가 어려운 환자뿐 아니라 약물치료중인 환자에서도 그 효용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홍 원장은 "평생 동안 하루에 수 차례 정확히 안압약을 넣어야 하는 약물치료법은 대부분의 환자에서 제대로 지켜지지 않을 뿐 아니라 환자에게 강박감을 줘 스트레스의 원인이 되는 반면, 선택적 레이저 섬유주성형술(SLT)에 성공하면 약물을 줄여 안압약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치료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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