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 호르몬 주사를 맞으면 누구나 키가 클 수 있을까?

몇년 전부터 매스컴에 작은 키를 크게 해준다는 성장호르몬주사가 오르내리기 시작 했다. 이것은 키작은 사람들, 키작은 자녀를 둔 부모들에게는 매우 솔깃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많은 부모들은 막연한 믿음을 가지고 병원을 찾아 "선생님! 키를 크게 하는 주사가 있다는데 그것을 맞아보면 안될까요?" 하고 묻곤 한다.

그런데 이런 사람들의 믿음은 조금은 잘못된 것이다. 성장호르몬 주사는 어떤 사람에게는 정말로 도움이 되어 작은 키를 크게 할 수 있지만, 어떤 경우에는 오히려 경제적인 부담만 주고 전혀 도움이 안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성장호르몬은 뇌에 있는 뇌하수체라는 기관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으로, 만일 이것이 전혀 분비되지 않는다면 아이들의 성장속도가 원래의 반이나 1/3밖에 크지 않을 정도로 소아기부터 사춘기까지의 아이들의 성장에 중추적인 역활을 담당하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따라서 성장부진이란 문제가 생기면 성장호르몬과 관련된 어떤 문제를 가장 먼저 떠올리게 되고 마치 성장호르몬만 있으면 모든 것이 다 해결되는 것처럼 생각하기 쉽다.

그런데 실제로 작은 키를 이유로 병의원을 방문하는 사람들에게 작은 키를 초래하는 이유를 분석해보면, 성장호르몬 결핍이나 성장호르몬의 기능 이상이 작은 키의 원인이 되는 경우도 있지만, 그보다는 부모의 키가 작거나 내분비계의 발동이 늦어져서 사춘기가 지연되어 키가 정상보다 작은 경우가 훨씬 더 흔하다. 부모의 키가 작은 경우 그 자녀의 키가 작은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고, 사춘기가 지연되어 키가 작은 경우는 아무런 치료를 하지 않아도 2~3년 후면 정상 키로 되기 때문에, 이런 경우를 병으로 생각하는 것은 옳지 않다. 이들은 사회생활에 지장이 있을 정도록 작지 않다면 별다른 치료를 받지 않아도 된다.

작은 키를 초래하는 치료나 교정이 필요한 또다른 원인들을 살펴보면 성장호르몬 이상 외의 다른 다양한 이유들을 들 수 있다. 키의 크기를 결정하는 데에는 성장호르몬이 상당히 중요한 역활을 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외에도 출생 전 성장 정도, 유전적소인, 영향상태, 그리고 갑상선 호르몬이나 인슐린, 성호르몬과 같은 다른 종류의 호르몬도 관여하기 때문이다. 이런 요인들 중 어느 하나라도 문제가 있는 경우는 정상보다 키가 작은 이유가 될 수 있다. 이런 경우에는 성장부진의 원인이 신부전과 같은 질환에 의한 것이라면 신기능을 유지하기 위한 치료가 필요하고, 갑상선기능저하증이나 코티졸과다분비에 의한 것이라면 그것에 대한 치료가 우선이다.

성장호르몬치료가 꼭 필요하고 크게 도움을 줄 수 있는 경우는 성장호르몬의 분비가 안되어 성장호르몬결핍이 생겨 성장이 잘 안되는 아이들이다. 이 아이들은 성장호르몬치료를 제때에 받으면 정상 혹은 그보다 더 빠른 속도로 자랄 수 있다. 또한 성장호르몬의 분비는 정상이지만 성장에 관여하는 다른 호르몬인 IGF-I이 낮거나, 성장호르몬의 작용에 문제가 있는 경우와 성장호르몬 분비조절에 부분적인 이상이 있어서 잠잘 때처럼 생리적으로 성장호르몬 분비가 많이 되는 환경에서도 성장호르몬 분비가 충분히 일어나지 않는 경우에도 성장호르몬을 사용할 수 있다.

그런데 이 경우에는 성장호르몬 결핍의 경우와는 달리 단기적인 성장속도 증가효과를 볼 수 있지만 성장호르몬 치료를 받는 아이의 키가 예측키보다 더 클것인지 여부는 불분명하며, 신체내 성장호르몬치가 생리적인 수준보다 더 많이 증가되는 것이 어떤 부작용을 낳을 것인가에 대해서는 정확히 알려져 있지 않다.

이상에서 보면 성장호르몬 치료가 필요하고 도움이 되는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가 있음을 알 수 있다. 성장호르몬 치료는 키가 작은 사람들 중에서도 여러 조건으로 보아 성장호르몬치료의 효과가 기대되는. 성장판이 닫히지 않은 소아에서 선택적으로 시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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