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 알고 있는 것은 아예 모르는 것보다 훨씬 위험하다.
잘못된 건강상식이 특히 문제되는 곳은 임신과 출산 분야.

갖가지 속설이 난무해 의사들도 옥석을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다.흔히 알고 있는 임신·출산관련 상식중 무엇이 잘못됐는지를 고려대 구로병원 산부인과 박용균 교수의 도움말로 알아본다.

◇가려낳기

이른바 '길일'을 받는 등 좋은 일시에 맞춰 아기를 낳으려는 인위적 제왕절개는 '밀레니엄 베이비'란 특수 환경이 아니더라도 국내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광경이다.

그러나 과학적으로 입증된 사실은 7∼12월 출생자가 1∼6월 출생자보다 장수하며 기형아 발생률도 낮다는 정도임을 알아야 한다.

세계적 과학잡지인 영국의 네이처지는 우등생은 4∼6월 사이에,운동선수는 8∼10월 사이에 주로 태어나며 역사에 남은 창조적 과학자들은 12∼4월 사이에 집중적으로 태어났다고 발표한 바 있다.

원인은 명확치 않으나 남반구에선 정반대의 결과가 나온 것으로 보아 계절의 변화가 영향을 주었을 것이란 설명이다.

알칼리성 용액으로 질세척을 자주 하거나 여성의 배란날짜에 맞춰 관계를 하면 아들을 낳을 확률이 증가한다는 속설도 꽤 퍼져 있다.아들을 결정하는 Y염색체 정자가 산성에 약하다는 것이 그 이유.

이유는 불확실하지만 인·철·칼슘성분을 많이 섭취하는 것도 아들을 수태케 하는데 도움이 된다는 얘기도 있다.그러나 이 역시 통계적으로 조금 의미 있는 수준에 불과할 뿐이란 지적이다.

◇제왕절개

가장 흔한 오해가 첫 아기를 제왕절개하면 다음 아기도 무조건 제왕절개 해야 한다는 것.정상분만 할 경우 과거 절개부위가 터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그러나 초음파 검사상 자궁벽이 얇은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곤 대부분 안전하다.

제왕절개 산모의 90%는 정상분만을 해도 무방하다.제왕절개는 아프지 않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 산후회복기간이 한달 이상으로 훨씬 길고 합병증도 많아 정상분만보다 결코 좋은 분만법이라고 할 수 없다.

제왕절개로 태어난 아기가 더욱 영리하다는 것도 근거 없는 이야기.
정상분만 시 아기들의 머리가 눌려 생긴 변형은 단지 보기에 흉할뿐 뇌기능과 상관없으며 머리모양도 대개 수 일내에 회복된다.

◇산후조리

산후 몸을 차갑게 하면 '산후풍'에 걸려 평생 고생하게 된다는 것이 일반 상식처럼 돼 있다.그러나 조심해서 나쁠 것은 없지만 땀을 낸다고 일부러 더운 온돌방에 누워 있어야 할 이유는 없다.

근육수축을 유발할 정도로 차가운 온도가 아니라면 샤워나 에어컨 바람도 무방하기 때문이다.

차가운 음식을 기피하는 경우도 많으나 이 역시 근거 없는 속설.냉증을 우려해서라지만 항온동물인 사람의 피가 차가운 음식을 먹었다고 냉증에 걸리는 일은 없기 때문이다.

분만후 삼칠일,즉 21일간 내내 누워 있기만 하는 것도 문제다.
분만 당시 늘어난 근골격계가 제대로 회복될 때까지 무리한 동작을 피해야 한다는 것이 취지일테지만 안정도 정도가 지나치면 좋지 않다.몸을 가눌 수 있으면 바로 적당한 운동을 시작해야 오히려 회복이 빠르다.

◇산후영양

가물치나 잉어가 산후영양에 좋고 호박이 산후 부기를 뺀다는 것도 모두 실제보다 과장된 느낌.임신중이거나 산후조리땐 특정 음식을 가리지 않고 골고루 섭취하는 것이 오히려 바람직하다.

임신중 닭고기를 먹으면 닭살돋는 아기가 태어나고 보약을 먹으면 거대아가 태어난다는 속설도 옳지 않다.쇠고기를 먹는다고 소가 되는 것이 아닌 것과 같은 이치며 거대아는 보약보다 오히려 산모가 임신성 당뇨를 앓을 경우 발생하기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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