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T(컴퓨터단층촬영) 검사가 암 발병 위험을 높인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CT는 엑스선을 이용해 신체 내부를 촬영하는 검사로 암을 진단하거나 외상 확인 등이 가능하다.
지난 14일(현지시간) '미국의학협회저널 내과 의학(JAMA Internal Medicine)'에는 CT 촬영이 암 발병 위험을 얼마나 증가시키는지를 추정한 연구 결과가 게재됐다. 미국 캘리포니아대 연구팀이 2023년 동안 약 6150만 명의 환자에게 시행된 9300만 건의 CT 검사 사례를 분석했다. 그 결과, 약 10만3000건의 CT 검사가 암으로 이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방사선 노출로 인해 폐암, 대장암, 백혈병, 방광암, 유방암, 갑상샘암 등이 발생했다.
CT 검사는 환자가 누워있는 동안 엑스레이 튜브가 회전하면서 컴퓨터가 내부 구조를 3차원 이미지로 재구성할 수 있게 일련의 영상을 촬영하는 것을 말한다. CT 검사가 암 발병 위험을 높이는 것은 방사선 노출 때문이다. 고선량의 방사선은 DNA를 손상하는데 이때 세포가 사멸되거나 변형돼 돌연변이가 생기면 암으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어린이는 성인보다 방사선 노출에 민감하기 때문에 작은 체구를 고려해 방사선 노출량을 조정해야 한다.
미국암학회(ASC)에 따르면, 일반 엑스레이 1회 촬영에 0.1mSv의 방사선에 노출되지만, CT 1회 검사에 그 100배에 해당하는 약 10mSv에 노출된다. 평균적인 미국인은 1년 동안 약 3mSv의 자연 방사선에 노출된다. 연구 결과를 보면, 한 번에 100mSv 정도의 방사선량에 노출되면 20~30년 후 암 발생률이 0.5%가량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방사선은 인체에 축적되지 않아 50mSv에 두 번 노출된다고 해서 100mSv에 노출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암 발생률이 0.5% 높아지지는 않는다.
성인의 경우, 복부나 골반 부위 CT가 암 위험을 높였으며 어린이는 머리 CT가 암 발병 위험을 높였다. 특히 성인보다 생후 1년 미만일 때 CT 검사를 받은 영아에게 치명적인 것으로 나타났으며 암 발병 위험이 최대 10배 높아졌다. 연구팀은 CT 촬영으로 인한 암 위험 증가가 알코올 섭취 및 과체중·비만으로 인한 위험도와 비슷한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이번 연구 결과에 기반해 CT 검사의 위험성에만 주목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반응도 나오고 있다. 영국 방사선협회 영상진단 및 방사선과 린다 존슨 박사는 "대부분의 CT 검사는 질환 조기 진단, 치료, 향후 장기적 건강관리 측면에서 이점이 크다"며 "무조건 CT 검사를 피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라고 말했다.
영국 브루넬대 노화 및 암 생물학 전문가 도린 라우 박사는 "전문 의료진이 CT 검사를 권고할 때는 이를 따르는 게 현명하다"며 "이번 연구에서 강조하는 측면은 가급적 필요할 때만 CT 검사를 하는 등 가능한 한 방사선량을 낮춰 검사하라는 의미다"라고 말했다. CT 대신 초음파나 MRI(자기공명영상) 등 방사선이 사용하지 않는 영상 검사를 고려하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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