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탕의 300배 단맛을 내면서 체내에 거의 흡수되지 않아 당뇨나 비만 환자에게 유용한 인공감미료 사카린. 유해성 논란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항생제 내성을 없앨 수 있다는 새로운 연구 결과가 나왔다.영국 브루넬대 항균혁신센터 연구팀은 사카린이 다제내성 박테리아를 직접 죽이고 기존 항생제의 효과를 높일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16일(현지시간) 밝혔다. 

연구를 이끈 로난 맥카시 교수는 "사카린이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병원균 중 하나인 다제내성균을 억제하는 효과를 보였다"며 "요구르트나 무설탕 음료 등 다이어트 식품에 흔히 쓰이는 감미료가 항생제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항생제 내성은 현재 전 세계적으로 매년 약 500만명의 사망과 직간접적으로 관련된 것으로 추정된다. 2019년 한 해에만 127만명이 항생제 내성으로 사망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패혈증 및 만성 폐감염을 유발하는 녹농균, 아시네토박터 바우마니균 등 '최우선 감시 병원균' 목록을 별도로 관리하고 있다. 

이번 연구에 따르면 사카린은 박테리아의 성장과 DNA 복제를 저해하고, 항생제 내성의 원인이 되는 생물막 형성을 억제하는 기능을 한다. 연구팀은 이러한 작용을 기반으로 사카린이 함유된 '하이드로겔 상처 드레싱'을 개발했으며, 이 드레싱은 현재 병원에서 사용 중인 은 기반 항균 드레싱보다 우수한 성능을 보였다. 

브루넬대 연구팀은 "사카린의 항균 메커니즘은 기존 항생제와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작용해 내성에 빠르게 적응하는 병원균 대응에 유의미한 해법이 될 수 있다"며 "향후 관련 기술의 임상 적용과 상용화 가능성에 대한 후속 연구를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사카린은 1977년 캐나다 국립 보건방어연구소의 사카린 쥐 실험에서 방광암을 유발했다는 이유로 발암성 유해 물질이라는 누명은 썼다. 이후 무해하다고 판명 났지만, 사카린은 '공포의 백색가루'로 불리며 부정적인 인식이 박히고 말았다.

전문가들은 "사카린은 오랫동안 인공감미료로만 주목받았지만, 이번 연구는 그 가능성을 완전히 새롭게 조명했다"며 "항생제 내성이라는 전 세계적 보건 위기 속에서, 사카린이 다제내성균을 억제하고 기존 항생제의 효과까지 높일 수 있다는 점은 매우 고무적인 발견"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기존 항생제와는 전혀 다른 작용 기전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향후 항균 치료 전략의 패러다임 전환을 예고하는 결과라고 볼 수 있다"며 "물론 아직은 초기 연구 단계지만, 임상 적용 가능성까지 고려하면 앞으로의 발전이 기대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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