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초는 집들이나 생일 선물로 인기 있는 품목 중 하나다. 향초 불빛이 감성적인 조명 역할을 하고, 집안을 은은하게 감싸는 향은 주방‧욕실 냄새를 제거하고 신경 안정에 도움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환기하지 않고 향초를 피우면 실내에 미세먼지가 증가하면서 건강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세명대학교 보건바이오대학 양진호 보건안전학과 교수 연구팀은 최근 국제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트'를 통해 실내에서 향초를 태울 때 발생하는 입자상 물질의 변화에 대해 실험한 결과, 실내 곳곳의 미세먼지(PM10)와 초미세먼지(PM2.5)·극초미세먼지(PM1) 농도가 모두 상승했다.


연구팀은 향초를 켠 지점과 3m 떨어진 곳, 6m 떨어진 곳 등 3지점의 공기 표본을 수집해 미세먼지 농도를 측정하는 방식으로 실험했다. 먼저 향초를 켠 지점은 초미세먼지와 극초미세먼지 농도가 10분 이내에 최대 수준으로 높아졌다. 정점을 찍은 농도는 점차 감소해 시간이 지나자 향초를 태우기 전의 정상 수준을 회복했다. 미세먼지 농도는 30분 후 1.52배까지 증가했다가 점차 옅어지며 향초를 태우기 전 이하 수준까지 내려왔다.


해당 결과만 놓고 보면 향초 연소가 실내공기 악화에 큰 영향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향초를 켠 지점에서 조금만 벗어나자 상황이 달랐다.


향초를 켠 곳에서 3m 떨어진 곳은 10분이 지나자 미세먼지 농도가 최고치(42.8㎍/㎥)를 기록했다. 30분이 지나자 초미세먼지는 31.1㎍/㎥(1.62배), 극초미세먼지도 28.8㎍/㎥(1.97배)로 치솟았다. 무엇보다 향초가 켜져 있는 동안은 시간이 지나도 농도가 낮아지지 않고 유지됐다. 


6m 떨어진 곳도 비슷했다. 미세먼지 농도는 20분 후 최고치(30.5㎍/㎥)를 기록했다. 초미세먼지는 30분 후 26.5㎍/㎥(1.31배)로 가장 높았으며, 극초미세먼지는 25분 후 23.9㎍/㎥(1.39배)로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 지점도 높아진 미세먼지 농도가 계속 유지됐다. 이는 욕실에서 향초를 켰더라도 주방‧거실‧방까지 환기가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공기 중에 있는 미세먼지는 호흡기 질환뿐만 아니라 혈액 속에 침투해 염증을 유발하고 심혈관 질환 위험도 높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초미세먼지와 극초미세먼지는 입자가 작아 인체에 더 잘 침투한다. 무엇보다 환기 없이 향초를 장시간 사용하면 실내 공기가 건조해져 호흡기 건강에 좋지 않다.


양 교수는 "향초 사용 시 환기를 하지 않으면 이번 실험처럼 초미세먼지 등의 작은 입자에 노출될 가능성이 올라간다고 볼 수 있다"면서 "(향초를 켠 지점에서) 어느 정도 떨어진 실내라도 환기를 충분히, 자주 해주는 게 바람직하다"고 당부했다.


한편 서울시 대기환경정보에 따르면 초미세먼지는 직경이 2.5㎛이하인 먼지이며, 미세먼지는 직경이 10㎛이하인 먼지다. 일반적인 사람 머리카락 두께와 비교할 때 초미세먼지는 20분의 1에서 30분의 1, 미세먼지는 6분의 1에서 7분의 1 정도로 매우 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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