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한 여성이 고추를 적당히 먹으면 임신성 당뇨병 예방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임신성 당뇨병은 임신 중 호르몬 변화로 인해 인슐린 저항성이 증가하면서 고혈당이 발생하는 질환이다. 뱃속에 아이가 있는 모든 여성은 임신 24~28주에 임신성 당뇨 검사를 받는다. 임신성 당뇨병은 엄마와 아이에게 모두 위험할 수 있다. 치료하지 않으면 태아의 기형, 태어난 후 소아 비만과 대사 증후군 등이 발생할 확률이 정상 산모에서 태어난 아이에 비해 2배 정도 높다. 산모도 위험하다. 태아의 과도한 성장(4kg 이상 거대아)을 유발해 분만 손상을 초래할 수 있다. 또한 출산 후 제2형 당뇨병에 걸릴 위험(5명 중 1~2명)도 높다.
주요 원인은 고령 임신(35세 이상), 비만(체질량 지수(BMI) 25 이상·허리둘레 85 이상), 제2형 당뇨병 가족력 등이다. 국내 임신성 당뇨병 유병률은 2007년 4.1%에서 해마다 증가해 2011~2015년에는 12.7%를 기록했다. 특히 35세 이상 임신부는 5명 중 1명 꼴(19.4%)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우리나라 여성의 초혼·초산 연령이 점점 늦어지는 현실과 무관치 않다. 2023년 기준 여성 평균 31.5세에 처음 결혼해 33세에 첫 아이를 낳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임신 중 고추 섭취가 임신성 당뇨 위험을 낮출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 주목된다.
국제 학술지 영양소(Nutrients)에 지난달 14일(현지시각) 논문을 게재한 미국 뉴욕주립 대학교 버펄로 캠퍼스(UB) 연구진에 따르면 한 달에 최소 한 번 고추가 들어간 음식을 먹은 임신부가 고추를 전혀 먹지 않은 임신부에 비해 임신성 당뇨병에 걸릴 확률이 현저히 낮았다.
연구진은 2005~2007년 진행된 '영아 수유 실태 연구 II(Infant Feeding Practices Study II)'에 참여한 미국 임산부 1397명(평균 나이 28.8세)의 데이터를 분석했다. 연구진은 다양한 콩류가 임신성 당뇨에 미치는 영향에 주목했다. 그런데 정작 콩은 임신성 당뇨와 무관했다. 대신 콩 요리에 함께 넣은 고추(chill)를 섭취한 경우에만 임신성 당뇨와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연관성을 보인다는 점을 발견했다.
고추를 전혀 먹지 않은 임신부의 임신성 당뇨 발병률은 7.4%로 집계됐다. 반면 한 달에 한 번 이상 고추(예: 칠리 콩 스튜)를 먹은 임신부의 발병률은 3.5%로 절반 이하 였다. 실험 참가자들의 평균 고추 섭취량은 주당 0.16컵(240㎖ 컵 기준), 가장 많이 먹은 그룹이 0.33컵 수준이었다. 보호 효과는 월 1회 이상 섭취 시 가장 높았다. 더 자주 먹는다고 해서 추가 보호 효과가 나타나지는 않았다.
연구진은 이전 연구를 인용해 고추의 캅사이신과 콩, 특히 어두운 색을 띠는 콩에 풍부한 항산화 성분인 페놀 화합물, 식이섬유, 저항성 전분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2022년 한 연구에 따르면, 고추의 매운 맛을 내는 천연 화합물인 캅사이신은 신진대사율을 높이고 칼로리 소모량을 높이는 효과가 있다.
다만, 과학적으로 명확하게 입증된 것은 아니다. 관찰 연구를 토대로 얻은 결과이기 때문에 고추가 임신성 당뇨 위험을 낮출 수 있다는 인과 관계를 설명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연구진은 "적당한 빈도의 고추 섭취는 임신성 당뇨병에 대한 어느 정도의 보호 효과를 제공할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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