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사고나 낙상으로 머리를 다친 경험이 있다면 뇌 건강 관리에 더 신경 써야 할 것 같다. 서울대병원 연구팀이 50세 미만 외상성 뇌손상(TBI) 환자의 뇌졸중 위험을 분석한 결과, 같은 연령대 일반인보다 약 1.9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외상 후 1년이 지나도 뇌졸중 위험이 여전히 높게 유지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대병원 재활의학과(국립교통재활병원 연구소) 이자호 교수·최윤정 연구교수 연구팀은 국민건강보험공단 데이터를 활용해 18~49세 외상성 뇌손상 환자군과 연령·성별이 일치하는 일반인 대조군을 비교·분석했다. 연구 대상은 총 104만 명. 연구팀은 두 집단을 약 7년 동안 추적하며 뇌졸중 발생률을 조사하였다.
외상성 뇌손상은 교통사고, 낙상 등의 외부 충격으로 뇌에 손상이 발생하는 질환을 말한다. 경미한 뇌진탕부터 심각한 뇌출혈, 두개골 골절까지 포함된다. 이번 연구에서 외상성 뇌손상 환자군의 1000인년(person-year)당 뇌졸중 발생률은 3.82%, 대조군은 1.61%로 집계됐다. 이를 토대로 위험도를 비교한 결과, 외상성 뇌손상 환자의 전체 뇌졸중 위험은 일반인보다 1.89배 높았다. 뇌졸중 유형별로 보면 뇌출혈 위험이 2.63배로 가장 높았다. 이어 지주막하출혈 1.94배, 뇌경색 1.60배 순이었다.
외상 후 시간이 지나도 위험이 사라지지 않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외상 발생 후 1년 이상 경과한 환자만 따로 분석했을 때도 뇌졸중 위험은 대조군보다 1.09배, 뇌출혈 위험은 1.2배 높게 유지됐다. 이 교수는 "외상 직후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도 뇌졸중 예방에 신경 써야 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외상성 뇌손상의 유형에 따라 뇌진탕, 뇌진탕 외 손상(뇌부종·출혈 포함), 두개골 골절로 나누어 하위 분석도 진행했다. 그 결과, 뇌출혈 위험이 뇌진탕 외 손상군 9배, 두개골 골절군 5배, 뇌진탕군 2배 증가했다. 즉, 비교적 가벼운 뇌진탕이라도 뇌출혈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뜻이다.
이 교수는 "스포츠나 사고로 머리를 부딪쳤다면 증상이 가볍더라도 주기적인 건강 관리가 필요하다"며 "특히 외상성 뇌손상을 경험한 청장년층은 혈당·혈압·콜레스테롤을 철저히 관리하고, 정기적인 검진을 통해 뇌 건강을 점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한편,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미국심장협회지(Journal of the American Heart Association)에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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