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범사업 형태로 실시돼 온 비대면 진료가 의정 갈등을 계기로 전면 허용된 지 1년 만에 약 140만건의 이용 기록을 달성했다. 경증 환자들을 책임지는 의료 플랫폼으로 확실히 자리매김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이 체제가 지속되려면 법제화 작업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지적이 있다.
25일 원격의료산업협의회에 따르면 2024년 2월부터 지난달까지 닥터나우, 나만의닥터, 굿닥, 솔닥 등 플랫폼을 통해 요청된 비대면 진료는 약 140만건이다. 월별로 살펴보면 2024년 3월 8만177건이었던 요청 건수는 지난 1월 18만9946건으로 2배 이상 늘었다. 최근 1년간 비대면 진료 플랫폼을 방문한 이용자도 약 680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환자뿐 아니라 의료 공급자인 의약계에서도 비대면 진료가 적극 활용되고 있다. 원산협에 따르면 2024년 3월만 해도 1196명이었던 월별 제휴 의사 수는 지난 1월 1536명으로 28% 늘었다. 같은 기간 비대면 진료를 통해 처방된 약을 제조한 약국 수도 월별 기준 8556곳에서 1만2524곳으로 46% 증가했다.
닥터나우에 따르면 약국은 전국 2만5160곳 중 1만6956곳(67%)이 플랫폼과 제휴를 맺고 약 조제에 참여하고 있다. 원산협 관계자는 "비대면 진료가 실험 단계를 넘어 의료 체계의 실질적인 한 축으로 자리 잡았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여전히 시범사업의 일환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점이다. 한시적 근거에 기반한 탓에 지난 5년간 관련 규제가 여러 차례 바뀌면서 이용자들의 혼선이 가중됐다. 플랫폼 업체들도 상황이 언제 어떻게 바뀔지 몰라 과감한 투자를 주저하고 있다. 선재원 나만의닥터 공동대표는 "이번에도 법제화에 실패한다면 대다수가 스타트업인 비대면 진료 플랫폼 업계에 마지막 남은 불씨마저 곧 꺼질 것"이라며 "플랫폼들이 서비스 품질을 높이고 환자 후생 개선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달라"고 덧붙였다.
비대면 진료 후 약을 제때 수령하기 힘든 부분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원산협에 따르면 전체 비대면 진료 중 41%가 휴일 또는 야간 시간대에 이뤄지고 있다. 절반가량은 진료 후에도 문을 연 약국을 찾아 헤매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 원산협이 운영 중인 비대면 진료 후기 게시판에는 '근처에 조제 가능한 약국이 없고, 택배도 안 돼 진료비만 나갔다' '거동이 불편해 비대면 진료를 선택했으나 1㎞ 이상 떨어진 약국만 안내받아 실효성이 없었다' 등의 불만 글이 올라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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