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임인 남성은 유전성 암과 관련된 변이가 약 5배 더 많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전에 밝혀진 바에 따르면 정자 수가 적은 남성은 평생 동안 암에 걸릴 위험이 2배 더 높다. 또한 불임 남성뿐만 아니라 그들의 가족도 암에 걸릴 위험이 높은 것으로 밝혀지기도 했다. 이에 에스토니아 타르투대 연구팀은 이러한 결과들이 유전적 소인으로 설명될 수 있는지 평가하고자 했다고 이번 연구를 진행했다고 그 배경을 밝혔다.
연구팀은 타르투 대학병원 남성의학 클리닉과 협력해 불임 남성 522명과 가임 남성 323명을 대상으로 157개의 유전성 암 유전자에서 병원성(Pathogenic) 또는 유사 병원성(Likely pathogenic) 생식세포 변이를 분석했다. 그 결과, 불임 남성 15명 중 1명에서 유전성 암 증후군과 관련된 유전적 변이가 발견됐다. 임신이 가능한 남성의 경우 그 비율은 64명 중 1명이었다.
유전성 암 증후군은 부모에게서 물려받은 특정 유전자 변이로 인해 암 발생 위험이 증가하는 질환을 의미한다. 일반적인 암은 환경적 요인이 주요 원인이지만, 유전성 암 증후군은 유전자 변이 자체가 암을 유발할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대표적인 예로 BRCA1, BRCA2 변이는 유방암과 난소암 위험을 높이며, 린치 증후군(Lynch syndrome)은 대장암, 자궁내막암 등의 발생 확률을 증가시킨다. 이러한 변이가 있는 경우 가족 내에서 같은 암이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경향이 있다.
이번 연구에 따르면 불임 남성은 유전성 암과 관련된 변이를 가진 비율이 약 5배 더 높았다. 이는 불임이 단순한 생식 문제가 아니라 암과 같은 만성질환의 위험 요인이 될 가능성을 시사한다.
연구진은 "이번 결과는 불임 남성이 암에 걸릴 위험이 높은 이유를 설명할 수 있다"며 "그들은 이미 암에 걸리기 더 쉬운 유전적 소인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유전성 암은 일반적으로 연구 참가자들의 평균 연령보다 늦게 진단되기 때문에 참가자들 사이에서 암의 유병률은 평가할 수 없었다"고 덧붙였다.
연구진에 따르면, 전세계적으로 남성 10명 중 1명이 난임이나 불임을 경험하며, 불임은 여러 만성질환의 독립적인 위험 요인이다. 연구진은 "보통 암이 진행되거나 진단되기 전인 젊은 나이에 불임 치료를 받는다는 사실을 고려할 때, 유전적 소인이 있는 환자를 조기에 식별하면 효과적인 모니터링과 조기 개입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연구 결과는 유럽생식의학회 저널 《Human Reproduction Open》에 'Significantly increased load of hereditary cancer-linked germline variants in infertile men'이라는 제목으로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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