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 후 환자의 생체지표를 분석해 통증을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됐다. 기존에는 환자의 주관적 진술에 의존해 정확성이 낮고, 의식이 희미한 환자의 통증을 평가하기 어려웠던 한계가 있었다. 이번 기술 개발로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서울아산병원 융합의학과 신항식 교수·류가연 연구원, 마취통증의학과 최병문·최재문 교수팀은 환자들의 주관적인 통증 호소를 객관적 지표로 분석하기 위해 머신러닝 알고리즘을 활용한 수술 전반의 새로운 통증 평가 방법을 개발했다고 7일 밝혔다.
통증은 수술 중이나 수술 후에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증상으로 이를 정확히 평가하고 관리하는 것은 수술 후 회복의 질과 예후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다.
연구팀은 이러한 주관적인 통증 척도를 객관화 하였다. 통증이 발생하면 교감신경계가 활성화돼 심박수가 빨라지고 말초혈관은 수축하는 등 자율신경계가 미세하게 변화하게 된다. 미세혈관층의 혈액량 변화를 감지하는 광용적맥파로 이런 특징을 파악해 새로운 머신러닝 모델에 적용하면 수술 중 및 수술 후 통증 발생 정도를 신속하게 파악할 수 있다.
광용적맥파는 광학적 방법을 통해 맥박에 따른 혈액량 변화를 감지하는 신호로 흔히 수술시 손가락 끝에 장착하는 맥박산포화도 측정기 등 신체 부착 센서를 이용해 측정한다.
연구팀은 서울아산병원에서 다양한 수술을 받은 환자 242명의 혈압, 심박수 및 광용적맥파 신호로 얻어진 통증 관련 수치들의 변화를 측정해 수술 중·수술 후 통증 발생 정도를 확인했다. 연구 결과, 수술 중 통증 평가의 정확도는 83%, 수술 후 통증 평가의 정확도는 93%로 나타났다. 기존의 주관적 통증 평가 모델이 수술 중 83%, 수술 후 58%의 정확도를 보였던 것과 비교하면, 특히 수술 후 통증 평가에서 현저한 개선이 이뤄진 것으로 분석된다.
신항식 교수는 "이번 연구는 수술받은 환자들에게 새로운 통증 평가 방법을 제공하는 중요한 연구다"며 "그동안 주관적인 경험에 의존해왔던 수술 후 통증 평가를 생체 신호를 활용하면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게 됐다는 점이 큰 발전이다"고 밝혔다.
이와 더불어 진정상태(의식이 낮아진 상태) 환자나 기관 내 삽관을 받은 환자의 경우에도 통증 정도를 평가할 수 있을 전망이다.
한편, 이번 연구는 디지털 의학 기술 및 혁신적인 연구를 다루는 국제 학술지 'NPJ 디지털 메디신(피인용지수 12.4)'에 최근 발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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