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 속에서 두근두근, 쿵쿵대는 느낌을 주는 덩어리가 만져진다면 '복부 대동맥류'를 의심할 수 있다. 복부대동맥류는 뱃속 가장 굵은 혈관인 복부대동맥이 여러 가지 이유로 풍선처럼 부풀어 오르는 질환을 말한다. 압력을 견디지 못하면 결국 터지는데 환자 50% 정도가 병원 도착 전 사망할 정도로 치명적이다. 어떻게 예방과 치료를 할 수 있을까?
복부대동맥류는 젊은 층보단 50대 이후, 특히 남성에게 잘 나타난다고 알려져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2023년 파열되거나 파열되지 않은 복부 대동맥류 환자는 1만4695명이었다. 복부대동맥류의 가장 흔한 원인은 혈관 내벽에 콜레스테롤이 쌓여 혈관이 좁아지고 막히는 '죽상동맥경화증'이다. 이외에도 노화, 유전적 질환, 고혈압, 고지혈증, 외상, 선천적 기형, 감염, 흡연 등이 주요 위험 요소로 작용한다. 특히 흡연자의 발병 위험도는 비흡연자에 비해 7배 높다.
복부대동맥류는 파열 전에는 대부분 증상이 없다. 드물게 배에서 펄떡펄떡 뛰는 덩어리인 '박동성 종괴'가 만져지거나, 배나 허리에 통증과 불편감이 느껴질 수 있다. 복부 대동맥류가 주변 장기를 압박하면 조금만 먹어도 배가 부르거나 구역질, 구토 등이 나타날 수 있다. 이땐 즉시 병원을 찾는 게 좋다.
복부대동맥류로 진단됐다면 빠른 시간 내에 수술하는 게 좋다. 복부대동맥의 지름이 5~5.5cm 이상 늘어나면 파열 위험이 커진다. 정상적인 복부대동맥 지름은 2cm다. 파열로 인해 과다 출혈이나 쇼크가 찾아오면 예후가 치명적이다. 수술과 시술 중 어느 것이 적합한지는 환자의 상태와 혈관 및 대동맥류의 모양, 재발 및 합병증 가능성에 따라 결정된다. 환자가 개복 수술 후 잘 회복할 수 있는 상태라면 동맥류를 제거하고 인조혈관으로 바꾸는 '대동맥 치환술'을 시행한다. 수술은 전신마취 상태에서 5~6시간 정도 소요되며, 대동맥류 자체를 제거하기 때문에 재발 우려가 시술보다 낮은 것이 장점이다.
시술은 보통 '스텐트 삽입술'을 한다. 동맥류를 제거하지 않고 대동맥 안에 관을 넣어 동맥류 안쪽에 피가 차지 않도록 하는 게 목적이다. 동맥류 위나 아랫부분의 정상 대동맥에 스텐트가 잘 고정돼야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다. 보통 전신마취 없이 1~2시간이 소요되고, 개복이 필요 없어 통증과 합병증이 적다.
복부대동맥류 예방을 위해 가장 중요한 건 꾸준한 유산소 운동이다. 고지방 식이를 피하고, 체중 관리로 고지혈증이나 고혈압 등 만성 질환 위험을 줄여야 한다. 금연은 필수다. 만약 복부대동맥류를 발견했다면 크기가 작더라도 주기적인 검진으로 크기 변화를 추적 관찰해야 한다. 특히 흡연 경력이 있는 60~70대 남성은 건강검진 시 복부 초음파나 CT(컴퓨터단층촬영) 검사를 해보는 것을 권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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