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염이나 위궤양, 위·식도 역류증 등의 치료를 위해 흔히 쓰이는 약제가 위산 억제제다. 특히 '양성자펌프 억제제(PPI)'는 가장 강력한 위산 분비 억제 약물로 통하고 있다다. 하지만 이런 위산 조절제를 항생제와 함께 사용하면 카바페넴 내성 장내세균(CRE) 감염 위험이 커지므로, 의료진과 환자 모두 각별히 주의할 필요가 있다.


질병관리청 산하 국립감염병연구소와 연세대, 한림대 등 대학 연구팀이 지난해 4월 국제학술지 '장내 미생물'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위산 억제제와 항생제의 병용이 장내 마이크로바이옴(장내 세균총)의 항생제 내성 유전자를 활성화해 CRE 감염을 촉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중환자실 입원 후 CRE에 감염된 환자와 그렇지 않은 환자 총 282명의 임상 정보를 살펴보았다. 이들 중 분변 검체를 확보한 98명을 상대로 장내 마이크로바이옴을 분석한 결과 항생제와 위산 억제제를 동시 처방할 시 마이크로바이옴의 변화와 함께 다양한 세균들 사이에서 항생제 내성 유전자의 전파가 위산 억제제 비(非)처방군에 비해 활발히 일어나는 것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중환자실 입원 환자의 CRE 감염에서 지속적인 항생제 사용이 가장 높은 위험 인자였으며 PPI가 항생제 다음으로 CRE 감염 위험을 높이는 거로 분석됐다"면서 "특히 두 약제의 동시 처방이 항생제 단독 처방보다 위험성을 유의하게 높였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임상에서 위산 억제제 남용을 줄여야 하는 근거를 마련한 데 의미가 있다"고 부연했다.


이에 대해 분당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김나영 교수는 3일 "PPI는 소화 궤양이나 위식도 역류질환 등 치료에 꼭 필요하다"면서도 "고령층이나 장기간 사용자 등에겐 처방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Copyright © 의약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