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설 연휴에 응급실을 찾은 환자 수는 의정 갈등 이후 처음 맞은 명절이었던 지난 추석 당시와 비슷하나 중증 환자 비중은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보건당국은 안정적인 비상진료체계를 위해 설 연휴(25~29일) 총 2만 3899개의 병의원과 약국을 운영했지만, 늘어난 중환자는 받을 병실이 부족해 의료 현장에 차질이 여전하다는 지적이다.


31일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412개 응급실 내원환자 수를 살펴보면 지난 25일부터 설날 당일인 29일까지 하루 평균 2만 6240명의 환자가 응급실을 찾았다. 이중 경증 환자(KTAS 4~5)는 하루 평균 1만 4039명(53.5%), 중증과 경증 사이인 중등증 환자(KTAS 3)는 1만 748명(40.9%)으로 나타났다. 중증환자(KTAS 1~2) 환자는 1453명(5.5%)이었다.


지난해 추석 연휴(9월 14~18일)에는 하루 평균 2만 6993명의 환자가 응급실에 내원했는데, 경증환자는 1만 5789명(58.4%)으로 확인됐다. 중등증 환자는 9956명(36.8%), 중증환자는 1248명(4.6%)으로 나타났다.


중증환자 비중이 소폭 늘어난 상황에서 응급실 현장에선 환자를 받는 데 어려움이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이형민 응급의학의사회 회장은 "제가 근무하는 병원도 중환자실이 꽉 차 있다"며 "배후 진료가 되지 않으면 어차피 자리가 있다고 해도 전원이 불가하다"고 밝혔다. 서울의 한 수련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도 "현재 비어있는 중환자실이 없다"며 "중환자실에 있는 환자 중 상태가 나아진 환자를 일반 병실로 보내야만 자리가 나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라고 했다.

실제로 중증 환자를 받기 어려운 병원이 많아지며, 병원 간 이송에도 어려움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중앙응급의료센터 관계자는 "평소 일평균 70건의 전원 신청이 들어오는데 이번 연휴엔 80건 정도가 들어왔다"고 했다.


구급대원은 응급환자를 이송할 경우 소방청 산하 구급상황관리센터에서 병원을 우선으로 찾고, 그럼에도 병원을 찾지 못할 경우 복지부 산하 중앙응급의료센터 내에 있는 응급의료상황실에 병원 지정을 요청한다.


정부는 이번 설 연휴에 응급실 배후 진료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권역·지역센터 181개소에 지급하는 중증·응급수술과 야간·휴일 수가를 기존 200%에서 300%로 늘린다고 발표하였다. 하지만 의료계는 수가를 올리는 방식으론 응급 의료 및 배후 진료 역량을 키우는 것이 힘들다는 입장이다.


한철 이대서울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의사가 응급실에 오는 환자를 보고 돈이 될 거냐 안 될 거냐를 생각하지 않는다. 해당 환자를 우리 병원에서 볼 수 있는지 중증도 판별이 우선"이라며 "수가를 올린다고 해서 당직을 안 서는 사람이 당직을 서지는 않는다"고 비판했다.


정부는 증상이 비교적 가벼울 경우 가까운 동네 병의원이나 중소 응급실부터 찾아달라고 당부했다. 응급실에서는 중증·응급 환자를 집중적으로 진료해 환자 쏠림으로 인한 진료 차질을 막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장에선 인플루엔자 등 호흡기 감염병이 유행하며 경증 환자도 크게 줄지 않았다고 본다. 이 회장은 "이제 경증 환자들 같은 경우엔 응급실에 찾아와서 그냥 기다리고 있다. 단지 조금 더 기다릴 뿐 진료가 안 되는 건 아니기 때문"이라며 의정 갈등 이후 환자들의 달라진 행태에 관해 설명했다.


한편 정부는 설 연휴 기간 안정적인 비상진료체계 유지를 위해 이달 22일부터 다음 달 5일까지 2주간을 설 명절 비상응급 대응 기간으로 지정하고 응급의료체계 유지 특별대책을 시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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