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겨울을 맞아 독감부터 HMPV까지 다양한 호흡기 감염병이 유행하고 있는 가운데 면역력이 약한 영유아, 고령층을 중심으로 RSV(호흡기 세포 융합 바이러스)가 퍼지고 있다. 문제는 RSV를 치료할 백신이 없다는 점으로, 온 가족이 모이는 설 연휴를 앞두고 개인 위생 관리 등의 대비가 필요하다. 

20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올해 1월 2주차(5~11일) 전국 221개 의료기관에서 RSV로 입원한 환자의 수는 477명이다. 호흡기감염증 중 인플루엔자(1627명) 다음으로 많다. 독감에 비해 RSV에 감염됐던 사람이 적고, 아직 국내에 출시된 백신이 없어 집단 면역이 형성되지 않은 상태라 확산 추이를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다.

 RSV는 대표적인 겨울철 호흡기 감염병으로 인후통, 발열, 기침 등 감기과 비슷한 증상을 보이는 급성 호흡기 감염 바이러스다. 대부분의 사람은 1~2주 안에 회복되지만, 영유아와 노인에게 특히 증상이 심각할 수 있다. 출생 후 2년 이내에 거의 모든 어린이가 초감염(첫 감염)을 경험하며, 이 중 20~30%는 세기관지염(폐의 작은 기도의 염증)과 폐렴으로 진행할 수 있다. 재감염도 흔히 일어나서 바이러스에 노출되면 나이와 관계없이 다시 감염된다. 이러한 재감염은 성인에서 흔히 나타나고 초감염과 비교해 재감염의 증상은 가볍다. 그러나 나이가 들면 면역 체계가 약해지기 때문에 노인은 젊은 성인보다 RSV로 인한 합병증의 위험이 더 커 주의가 필요하다. 

더 큰 문제는 아직 국내에서 맞을 수 있는 RSV 백신이 없다는 점이다. RSV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손을 자주 닦고 마스크를 착용하는 등 기본적인 감염병 예방 수칙을 철저하게 지켜야 한다. 설 연휴가 다가오며 RSV 감염이 여러 연령층에 걸쳐 나타날 수 있다는 점도 우려스러운 부분이다. 무증상 환자나 가벼운 감기라고 생각한 감염 환자가 영유아 혹은 고령자에게 바이러스를 퍼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인플루엔자(독감)를 중심으로 호흡기감염병 유행세가 커지면서 방역당국이 백신 접종 및 요양원·병원 방문시 마스크 착용 등 감염 예방수칙 준수를 당부했다. 앞선 13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1월1주차(2024년 12월 29~2025년 1월 4일) 표본 감시 의료기관(300개소)을 찾은 외래환자 1000명당 인플루엔자 증상을 보인 환자 수는 99.8명을 기록했다. 전주보다 약 1.4배 증가한 것이며 호흡기 표본감시체계가 구축된 2016년 이후 8년 만에 최고 수준이다. 

질병청 대변인은 이날 정례 백브리핑에서 "현재 외래환자 10명 중 1명이 호흡기환자이고 이 중 절반 이상은 인플루엔자"라며 "학령기 전파가 유행을 주도하고 있지만 중증 위험은 65세 이상 어르신과 영유아와 같이 면역체계가 약한 고위험군에게 집중돼 각별한 보호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첫 번째로 백신접종이 중요하다며 "인플루엔자는 연말에 A형이 유행하고 봄철에 B형이 유행한다. 지금 접종하더라도 올 봄까지 예방할 수 있기 때문에 아직까지 접종 안 한 고위험군은 반드시 백신 접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의료기관, 요양원과 같은 감염취약시설 종사자분들과 방문자분들은 꼭 마스크를 착용해달라"며 강조하며 손씻기와 같은 기본적 예방 수칙도 언급했다. 

Copyright © 의약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