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암은 암 사망률 1위로, 지난해 기준 전체 암 사망자 5명 중 1명이 폐암이었다. 폐암 중에서도 암세포의 크기가 작다는 뜻에서 이름 붙여진 '소(小)세포폐암'은 그 작은 크기가 무색하게도 진행 양상이 공격적이고 예후가 좋지 않아 주의가 필요하다.
소세포폐암은 전체 폐암 환자 10명 중 약 1명 꼴로 폐암 중에서도 비교적 드물게 나타나고 암세포가 성장하는 속도가 빨라 조기 진단이 어려운 암이다. 암의 진행단계를 1~4기로 구분하는 다른 암종과 달리, 전이가 빠르게 진행되는 소세포폐암은 방사선 치료 가능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암이 한 쪽 폐를 벗어나지 않은 '제한병기', 암이 다른 쪽 폐나 장기로 전이된 '확장병기' 단 두 단계로 분류한다.
환자 3명 중 2명은 확장병기에서 처음 질환을 발견한다. 제한병기에 진단받는다 하더라도 눈에 보이지 않는 미세 전이가 전신 곳곳에 퍼져 있을 가능성이 높다. 특히 소세포폐암은 뇌로 전이될 확률이 높아 병원을 찾았을 때부터 이미 뇌 전이가 진행된 상태인 환자가 약 10%다. 진단 시에는 뇌 전이가 나타나지 않았더라도 절반(40~50%)에 달하는 환자가 향후 뇌 전이를 경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이세훈 교수는 "비소세포폐암에 비해 환자 비율이 적어 잘 알려지지 않았으나, 소세포폐암은 암세포가 단 수개월 만에도 큰 종양으로 성장하고 전신으로 퍼져 나갈 만큼 진행 속도가 빨라 치료를 받지 않을 경우 평균 생존기간이 6~17주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하루 빨리 적극적인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이미 전신으로 전이된 상황에서 발견되는 환자들이 대다수인만큼 소세포폐암은 수술이 가능한 환자가 많지 않다. 약물 치료와 방사선 치료에 의존해야 하지만 표적항암제, 면역항암제 등 치료 옵션이 다변화된 비소세포폐암과는 달리 소세포폐암은 오랜 기간 1세대 항암제인 세포독성 항암제를 표준요법으로 사용해 왔다.
소세포폐암 치료의 또다른 과제는 높은 재발률이다. 소세포폐암은 전이성 환자의 90% 이상이, 암이 국소로만 진행된 환자에서도 4명 중 3명이 재발을 경험한다. 항암 치료에도 반 년 안에 다시 암이 진행하는 환자를 '재발 혹은 불응성 환자'라고 분류하는데, 재발 혹은 불응성 환자에서는 세포독성 항암제 반응률이 10% 이하로 떨어진다. 1차 치료에도 암이 진행될 경우 생존기간은 5개월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져 있어 반응률을 개선하는 신약의 도입이 시급한 상황이다.
다행히 소세포폐암 치료 분야에도 다양한 신약이 등장하고 있어 치료 옵션이 확대됐다. 특히 효과적인 신약에 대한 요구가 높았던 재발 혹은 불응성 소세포폐암 환자에서는 새로운 기전의 치료제들이 개발되고 있어 환자와 의료진의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최근 재발 혹은 불응성 환자 치료에서 면역세포와 암세포를 동시에 표적하는 이중항체 치료제가 개발되어 주목받고 있다. 이중항체 치료제는 소세포폐암 세포 표면에 주로 발현하는 것으로 알려진 DLL3 항원과 면역세포인 T세포의 CD3 항원에 이중으로 결합해 T세포가 암세포를 공격하도록 유도하는 치료제다. 치료 옵션이 제한적인 분야에 등장한 새로운 기전의 치료제로 혁신성을 인정받아 미국 시사 주간지 '타임즈'의 '2024년 최고의 발명품' 중 하나로 선정됐다. 올 11월에는 미국 주요 암 학회에서 재발한 소세포폐암 환자에게 권고하는 치료제로 이중항체 치료제를 추가 권고하기도 했다.
이세훈 교수는 "재발과 전이가 빠르게 진행되는 상황에 치료 옵션마저 제한적이다 보니 치료를 포기하려는 환자들도 많다"며, "최근 새로운 기전의 치료제들이 지속적으로 개발되고 도입되고 있는 만큼 환자들이 섣불리 치료를 포기하기 보다는 재발 혹은 불응성 소세포폐암 치료에서도 희망을 잃지 말고 치료에 적극 임하길 바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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