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3월부터 수련을 시작할 전공의 모집이 9일로 마감됐다. 서울 '빅5'를 비롯한 주요 대형병원 모두 저조한 지원율에 파행이 불가피해 보인다. 정부가 사직 전공의들이 돌아올 수 있도록 수도권 모집 인원을 축소하려던 계획까지 수정했지만 냉담한 분위기다. 의정 갈등이 10개월째를 넘어서며 장기화한데다 비상계엄 포고령에 전공의 등 의료인을 '처단' 대상으로 적시한 데 따른 의료계의 분노가 가라앉지 않고 있다.
9일 보건복지부와 의료계 등에 따르면, 각 수련병원별로 4일부터 내년 상반기 전공의를 모집 중이다. 복지부 수련환경평가위원회는 인턴 3356명과 레지던트 1년차 3594명을 채용할 계획이라고 공고한 바 있다. 레지던트 1년차는 이날 서류 접수가 마감되면 5일 필기시험, 17~18일 면접시험을 거쳐 19일 합격자가 발표된다. 인턴은 내년 1월 22~23일 원서를 받고 같은달 24~27일 면접(실기)시험을 거쳐 31일 합격자가 발표된다.
레지던트 1년차의 경우 올 상반기 채용 인원인 3356명보다 많다. '빅5' 병원의 경우 서울대병원 105명, 세브란스병원 104명, 서울아산병원 110명, 삼성서울병원 96명, 서울성모병원 73명을 각각 모집하기로 한 바 있다. 수도권 대 비수도권 레지던트 정원을 기존 5.5대 4.5에서 내년 5대 5로 줄이려 했으나 사직 전공의들의 복귀 문을 넓히기 위해 5.5대 5로 조정했다. 하지만 마감일까지도 병원별 지원자가 한 자릿수에 그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빅5' 병원의 한 관계자는 "지원자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지만 많은 것도 아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또 다른 빅5 병원 관계자도 "최종 마감 시점까지 지켜봐야겠지만 지원자가 한 자리수에 그친 걸로 알고 있다"며 "긍정적인 상황은 아닌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전공의들은 2월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에 반발하며 집단 사직한 이후 돌아오지 않고 있다. 4일 기준 전국 수련병원 211곳에 출근 중인 전공의는 전체의 8.7%에 불과하다. 병원들은 이번에 복귀 의사가 있던 일부 전공의들 조차 비상계엄 사태 여파로 지원을 주저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서울대병원 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는 전날 집회에서 "헌정 질서가 확립되고 젊은 의사들의 인권이 지켜질 때까지 전공의 모집에 응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편, 사직 전공의들이 이번 모집에 응하지 않은 경우라면 내년 3월부터 의무사관후보생으로 공중보건의나 군의관으로 입대해야 한다. 이들은 현역 입영이 불가능하며 정부가 특례를 도입하지 않는 이상 다른 의료기관에 취업하거나 따로 개원을 해도 입영통지서를 받으면 입대해야 한다. 정부에 따르면 내년 입영 대상 의무사관후보생은 3480명이다. 연 1000명 안팎이던 예년 입영 인원을 크게 웃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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