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들수록 자연스럽게 근육은 빠지고, 집중력은 떨어진다. 이때 몸을 괴롭히는 신체 운동과 뇌를 괴롭히는 인지 운동을 함께 결합한 '뇌 지구력 운동(BET)'을 하면 인지·신체적 능력을 효과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BET는 운동 선수를 위해 고안된 훈련법으로, 신체적으로 고될 때에도 인지적으로 피로한 과제를 해결할 수 있게 하기 위해 제작됐다. 주의력, 작업 기억 등이 필요한 인지 과제를 신체 훈련과 함께 진행하는 모든 운동을 BET라고 한다.
영국 버밍엄대 스포츠·재활 과학부 크리스토퍼 링 교수 연구팀은 인지 기능과 운동 기능이 노화로 모두 떨어지는 노인에게도 BET가 효과적인지 확인하기 위해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팀은 65~78세 여성 노인 스물네명을 BET, 운동, 아무 것도 하지 않음, 총 세 그룹 중 하나에 임의로 배정했다. BET 그룹과 운동 그룹은 8주 동안 1주일에 세 번 45분 운동(20분 근력 운동, 25분 유산소 운동)을 했다. 근력 운동은 스쿼트, 바이셉스 컬 등으로, 유산소 운동은 야외 산책으로 구성됐다.
BET 그룹은 여기에 운동 전 20분간 인지 과제도 추가로 진행했다. 인지 과제로는 정신운동성 각성과제, 스트룹<그림 참조>이 활용 됐다. 정신운동성 각성과제는 스마트폰 앱 화면 중앙에 1~4초 사이 시각적 자극이 나타나면, 참가자들이 재빠르게 화면을 터치하도록 진행했다. 스트룹은 전두엽에서 담당하는 억제과정의 효율성을 평가하기 위해 개발된 검사로, 의미와 색상이 다른 단어를 보고 색상만 빠르게 맞춰야 한다. 예를 들어 '빨강'이라는 글자가 파란색으로 적혀있다면, '파랑'이라고 외쳐야 하는 식이다.
연구팀은 실험 참가자를 0주(사전 검사), 4주(중간 검사), 8주(사후 검사), 12주(추적 검사)에 신체 검사를 실시해 노화 정도를 확인했다. 신체 검사는 세 가지로 이뤄졌다. 먼저 30초간 팔을 가슴에 교차하고 어깨에 손을 얹은 채 의자에 앉았다가 일어서는 동작을 얼마나 하는지 기록히였다. 다음 30초간 1kg 덤벨을 들고 팔꿈치를 완전히 구부려 어깨에 닿을 때까지 들었다가 덤벨을 천천히 시작 위치로 내리는 동작을 반복하도록 하고, 횟수를 기록했다. 마지막으로 6분 간 걸을 수 있는 거리를 쟀다. 이후 스트룹 검사로 인지 기능을 평가했다.
그 결과, BET 그룹의 성적이 가장 좋았고, 아무 것도 하지 않은 그룹이 가장 낮았다. 운동만 한 그룹은 인지 기능이 4.5% 향상됐지만, BET 그룹은 7.8% 향상됐다. 아무 것도 하지 않은 그룹은 0.3% 올랐다. 신체적 능력은 BET 그룹에서 29.9%의 향상이 확인됐고, 운동만한 그룹은 22.5% 향상됐다. 아무 것도 하지 않은 그룹은 7.1% 증가했다.
연구팀은 "인지적으로 피로할 때 운동을 하면 더 효과적으로 인지·신체 기능을 향상할 수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며 "뇌 지구력 운동으로 건강 수명을 늘리고, 사고·낙상 위험을 낮출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Psychology of Sport and Exercise'에 최근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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