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중보건과 의학이 발전하면서 인간의 기대수명은 폭발적으로 증가해 왔다. 미국 연구팀이 1990년대 이후 기대수명 증가세가 둔화됐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스튜어트 올샨스키 미국 일리노이시카고대(UIC) 공중보건대학 교수팀은 최근 전 세계 기대수명의 추세를 분석하고 연구결과를 7일(현지시간) 국제학술지 '네이처 노화'에 공개했다.
기대수명은 특정 연도의 출생자가 이후 생존할 것으로 기대되는 평균 수명을 말한다. 수명 예측은 사회·보건·경제 정책과 제도를 정할 때 매우 중요한 지표 역할을 한다.
19세기 중반까지 인간의 기대수명은 20~50세로 현재에 비해 매우 짧았다. 20세기 초부터 공중보건과 의학이 발전하며 기대수명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지난 2000년 동안 1~2세기마다 1년씩 증가하던 기대수명이 20세기에는 10년마다 3년씩 늘어났다. 가파른 상승세 덕분에 21세기에 태어난 사람 대부분이 100세 이상까지 살 것으로 예측하는 사람도 나올 정도다.
연구팀은 인간의 '급진적 수명 연장'이 지금도 계속 이어지는지 파악하기 위해 1990년부터 2019년까지 기대수명이 가장 긴 9개국과 미국의 통계를 분석해 사망률과 기대수명의 최근 추세를 살폈다. 9개국에는 한국을 비롯해 호주, 프랑스, 이탈리아, 일본, 홍콩, 스페인, 스웨덴, 스위스가 포함됐다.
분석 결과, 전 세계적으로 기대수명 증가 속도가 둔화됐고 2010년 이후 특히 느려진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은 기대수명 증가율이 9개국과 비교해 더 둔화 폭이 컸다. 한국도 2000~2009년과 비교해 2010~2019년의 기대수명 증가율이 감소했다.
2023년 발표된 통계청 '생명표' 자료에 따르면 한국인의 평균 기대수명은 1970년 62.3세에서 2010년 80.2세로 40년간 기대수명이 20년 가까이 증가했다. 하지만 2022년 기대수명은 82.7세로 2010년 이후 증가 폭이 확연히 줄었다.
21세기 이후 출생자 중 기대수명이 100세가 넘을 것으로 예측되는 비율은 10개국에서 여성은 15%, 남성은 5% 미만으로 그리 크지 않았다. 2019년 출생자 기준으로 홍콩은 여성 12.8%, 남성 4.4%로 전체 평균 7% 이상이 100세에 도달할 것으로 예측돼 기대수명이 가장 높았다. 한국은 평균 3%대, 일본은 5% 정도였다. 미국은 약 2% 수준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21세기에도 급격한 수명 연장이 일어났거나 일어날 것이라는 증거는 없다"며 "만약 일어난다면 광범위한 제도적 변화가 일어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노화를 획기적으로 줄이는 기술이 나오지 않는다면 21세기에는 큰 폭의 기대수명 연장이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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