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위를 만나면 '철썩' 소리를 내며 스러져가는 파도는 보이는 것과 달리 연약하지 않다. 실은 유해한 물질을 뿜어내고 있다. 파도를 바라보며 해변가에 앉아 있었다면, 오염 물질이 체내로 들어왔을 가능성이 크다.


스톡홀롬대 환경과학부 보 샤 교수 연구팀은 파도가 칠 때 생기는 비말을 통해 유기오염물질인 과불화알킬산(PFAA)이 공기로 분출된다고 밝혔다.


PFAA는 탄화수소 중 수소가 불소로 바뀐 과불화화합물의 일종으로, 열에 강하고 방수·유 기능이 있어 종이컵, 패스트푸드 포장지 등을 제조할 때 사용된다. 다만 쉽게 분해되지 않아 대기·바다에 퍼져있고, 사람 혈액에서도 발견되고 있다. 체내 축적되면 내분비계를 교란하는 등 여러 위험요인이 있어 사용을 규제하는 추세다. 여러 연구를 통해 과불화화합물이 암, 고혈압 등을 유발할 수 있는 것으로도 확인됐다.


연구팀은 파도가 칠 때 PFAA가 공기 중으로 얼마나 퍼지는지 확인하기 위해 2018~2020년 사이 노르웨이 해안 도시 안도야와 비르케네스에서 정기적으로 파도에서 나온 에어로졸을 수집했다. 에어로졸은 공기 중에 떠 있는 액체 상태의 입자를 말한다.


분석 결과, 모든 에어로졸에서 PFAA가 확인됐다. 연구팀은 파도가 부서지면서 PFAA처럼 수면에서 활성화하는 물질이 대기로 이동하는 걸로 추정했다. 실험실 시뮬레이션 결과, 파도에서 나온 에어로졸에는 물보다 PFAA 농도가 약 4~5배 높았다.


파도에서 나온 PFAA는 대기를 통해 상당히 먼 거리까지 이동할 수 있었다. 1, 2, 5마이크로미터 크기의 에어로졸 입자는 대기에 각각 약 1.5주, 2.3일, 10시간 체류할 수 있었고, 그 시간 동안 각각 약 1만, 2000, 330km를 이동할 수 있는 것으로 추정됐다.


연구팀은 "전 세계 매년 약 258~686톤의 PFAA가 바다에서 대기로 방출된다"며 "잘 분해되지 않는 PFAA는 오랜 시간 바다와 대기 사이를 지속해서 순환할 것으로, 인체에 가해질 수 있는 피해를 연구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저널 '환경과학기술'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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