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여름 '역대급 폭염'으로 온열질환 환자가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는데, 각국의 폭염으로 인한 사망자 수 규모가 과소평가 된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제기됐다. 공식적으로 폭염이 선포된 날 외에 폭염이 지속되는 기간 전반적인 기온 변화가 사망에 미친 영향을 고려해 사망자수를 집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25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따르면 일부 전문가들은 폭염에 따른 사망률을 정확하게 파악하기 위해선 기온의 변동에 따라 사망률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추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통상적으로 대부분 국가는 공식적으로 폭염이 선포된 날에 발생한 사망자수가 폭염이 선포되지 않은 유사한 시기의 사망자수 평균을 얼마나 초과했는지 집계하는 방식을 사용한다. 하지만 이러한 방식은 폭염으로 인해 누적된 건강 피해를 정확히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온 것이다.
유럽에선 폭염이 지속되는 기간 발생한 사망자수 초과를 집계하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이 집계방식을 사용한 연구에 따르면, 지난해에는 4만7000명 이상의 유럽인이 더위와 관련된 원인으로 사망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이언스는 2018년 한국에서 발생한 온열질환 사망자 수를 48명이라 보고한 2022년 한 연구를 제시하며 "확실하게 과소평가된 수치"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폭염이 선포된 날 발생한 사망자수를 조사하는 것만으로는 폭염으로 인한 사망자를 전부 확인할 수 없다고 말한다. 예를 들어, 폭염이 선포된 날에는 열사병으로 인한 사망자가 급증하지만 이는 폭염에 의한 전체 사망자 중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심장 질환을 앓고 있던 사람이 더위로 인해 치명적인 심장마비로 사망하는 사례 등은 누락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제이미 마드리가노 미국 존스홉킨스대 교수는 "폭염에 초점을 맞추면 극단적인 사례를 강조할 수 있지만, 기온에 따라 사망자가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보는 것은 지구 온난화가 건강에 점진적으로 미치는 영향을 파악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폭염에 대한 보편적인 정의가 없기 때문에 연구 범위를 폭염으로 제한하면 사망자 수가 과소 집계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폭염은 해당 지역의 기온이 과거 평균을 초과할 때 선포된다. 때문에 기후변화로 인해 과거에는 폭염으로 간주되던 더위가 오늘날에는 폭염 선포 기준에서 벗어날 수 있지만 건강에는 여전히 치명적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또 다른 전문가들은 더위에 따른 사망률을 가장 정확하게 포착하기 위해선 폭염이 선포된 기간과 일반적인 더위가 이어진 기간의 사망자 지표를 결합해 분석해야 한다고 말한다. 마리아 비세도-카브레라 스위스 배른대 교수는 "어느 한쪽의 지표에 치우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사망률의 추이에 대한 분석 방식"이라고 전했다.
24일 질병관리청의 온열질환 응급실감시체계에 따르면 올해 감시체계가 가동된 5월 20일부터 전날까지 누적 환자는 3084명, 사망 28명이다. 올해 온열질환자는 역대 최악의 더위로 기록된 2018년 4526명 이후 가장 많은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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