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로리가 거의 없는 '제로 슈거'(무설탕) 식품에 설탕 대신 사용하는 인공감미료인 '에리트리톨'이 심장마비와 뇌졸중 위험을 높인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지난 9일(현지시간) CNN은 '동맥경화, 혈전증 및 혈관 생물학' 저널에 최근 발표된 연구 결과를 보도했다. 에리트리톨은 당류에서 유래한 화합물인 당알코올의 한 종류다. 설탕의 약 70% 단맛을 내지만 칼로리는 없는 수준으로 간주돼 저탄수화물 키토 제품 등에 주로 쓰이고 있다.
실험 대상은 전날 밤 금식을 한 건강한 사람 20명이었다. 연구진은 10명에게 에리트리톨 30g이 들어간 음료를, 나머지 10명에겐 설탕 30g이 포함된 음료를 제공했다. 연구진에 따르면 연구에 사용된 에리트리톨 30g은 일반적인 무설탕 소다, 아이스크림 또는 머핀에 함유된 양과 같았다.
30분 후 각 그룹의 혈액을 채취하자 놀라운 결과가 나왔다. 에리트리톨이 들어간 음료를 마신 사람들은 혈중 에리트리톨 수치가 1000배 상승했고, 설탕 음료를 마신 집단은 혈당 수치가 약간만 올라갔다. 심지어 에리트리톨 섭취 후엔 혈소판 응고 위험이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이번 연구 책임자인 스탠리 헤이젠 박사는 "놀라운 점은 모든 피험자가 에리트리톨 섭취 후 혈소판 응고의 모든 측정치가 상승했다는 것"이라며, "(반면) 설탕 음료를 마신 10명은 혈소판에 영향이 없었다"고 밝혔다. 이어 연구 공동 저자 와이 홍 윌슨 탕 박사는 "음식이나 음료에 들어가는 에리트리톨의 표준양으로도 갑자기 혈전이 형성된다는 사실이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비슷한 연구 사례는 과거에도 있었다. 지난해 스탠리 헤이젠 박사가 연구에 자원한 8명을 대상으로 같은 양의 에리트리톨을 섭취하게 한 결과 혈중 에리트리톨 수치가 1000배나 급증했다. 에리트리톨 수치는 곧 심혈관 질환 및 뇌졸중 발생 가능성과도 비례했다. 4000명이 넘는 영미권 사람들의 혈액을 분석한 결과, 에리트리톨 수치가 높은 사람들은 심장마비 혹은 뇌졸중을 경험할 가능성이 두 배 정도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헤이젠 박사는 "에리트리톨의 경우 혈소판 응고를 쉽게 만든다. 해당 감미료가 10%만 있어도 혈전이 90~100% 수준으로 형성된다"며 "중년의 미국인들은 평균적으로 심장질환에 걸릴 수 있는 위험 요소를 2~3개씩 갖고 있는데, 우리 중 70%도 심장병에 걸릴 수 있는 확률이 있으므로 모두가 (해당 결과를) 고려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특히 기존에 심장 질환을 앓았거나 당뇨병이 있는 사람의 경우, 에리트리톨이 들어간 식품을 먹는 것보다 차라리 소량의 설탕이 포함된 간식을 가끔 먹는 것이 나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칼로리 조절 협의회 회장인 칼라 손더스는 CNN에 에리트리톨이 30년간 입증된 안전한 감미료라며, 연구 참가자가 적었던 점과 연구에 사용된 음료에 과도하게 많은 양의 에리트리톨이 들어간 점 등을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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