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올들어 8월 17일까지 모두 2741명의 온열병 환자가 발생해, 24명이 숨진 것으로 추정된다. 푹푹 찌는 날씨가 연일 계속되면서 불볕더위에 대한 우려는 점점 더 커지고 있다.


땡볕에 있다간 젊고 건강해도 6시간 후 사망할 수 있는 습구온도(WBT, Wet-Bulb Temperature)의 한계 고온은 34°C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호주 시드니대 연구팀은 폭염이 신체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하는 '기후 챔버'에서 실험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수학적 모델을 이용해 '젊고 건강한 사람도 (더위에 계속 노출되면) 6시간 뒤 숨질 수 있는 기온'을 습구온도(WBT)로 정의했다. WBT는 열과 습도의 영향을 나타내며, 열 스트레스를 연구할 때 쓰는 척도다. 물에 젖은 천으로 감싼 습구온도계로 이를 측정한다. 연구의 책임 저자인 올리 제이 교수(생리학)는 "사람이 무더위에서 생존할 수 있는 한계 기온은 뜻밖에 낮다"고 밝혔다. 과학전문지 '네이처'와의 인터뷰에서다.


더위에 대한 신체 반응을 다루는 대부분의 모델은 그늘에 있는 젊고 건강한 사람을 대상으로 한다. 하지만 연구팀은 연령을 감안하고, 휴식 또는 운동 중일 때 그늘과 햇빛 아래에서 생존하는 한계를 추정했다. 그 결과 WBT 생존 한계는 젊은 층이 26~34°C, 노년층이 21~34°C인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약 17억6천만원(130만달러)를 들여 2019년부터 18개월 동안 현재와 미래의 폭염을 시뮬레이션할 수 있는 '기후 챔버' 구조물을 마련했다. '기후 챔버'는 가로 4m, 세로 5m의 실험용 방이다. 방 온도를 5°C에서 55°C까지 매분 1°C씩 온도를 올리거나 내릴 수 있고, 풍속을 조절하고 적외선 램프로 햇빛을 시뮬레이션할 수 있다. 열이 인체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변수인 습도를 미세 조정할 수 있다. 실험 참가자는 챔버 안에서 먹고, 자고, 운동할 수 있다. 연구팀은 참가자에게 센서를 부착해 심박수, 호흡, 땀, 체온 등을 측정한 뒤 분석했다.


앞서 2010년 미국 퍼듀대, 호주 웨일즈대 공동 연구 결과를 보면 사람이 버틸 수 있는 한계 고온은 35°C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인간 생존의 한계에 해당한다. 연구팀은 기온이 이 임계값에 이르면 사람의 체온은 걷잡을 수 없이 올라가기 시작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제이 교수는 "이 연구에서는 인체가 땀을 흘리지 않고, 옷을 입지 않고, 움직이지 않는 물체로 취급돼 현실과는 거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2021년에는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래리 케니 교수(생리학, 운동학) 연구팀이 WBT 생존 한계로 약 31°C를 제시했다. 연구팀은 젊고 건강한 사람이 자전거를 타는 동안 다양한 온도와 습도 조합에서, 그들의 심부 체온(몸 안의 중심 체온)을 추적하고 분석해 WBT 생존 한계를 산출했다. 미국 하버드대 로버트 미드 박사(열 및 건강 연구원)는 "많은 사람이 여전히 35°C의 습구온도를 거론하고 있지만, 펜실베이니아대 래리 케니 교수의 연구실에서 정의한 생존 한계에 가까워지기 시작했다"고 평가했다.


연구팀에 의하면, 전 세계에는 스포츠 과학에 전념하는 기후 챔버가 수십 개나 있다. 전 세계 노동 인구의 약 70%(24억 명)가 폭염의 위험에 노출돼 있다. 케니 교수는 "그런데도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세계보건기구(WHO) 등 공신력 있는 기관의 폭염주의보를 보면 인간 생리에 관한 오류로 가득 차 있다"고 지적했다.


시드니대 연구팀은 열 노출로 인한 건강 위험을 줄이는 데 가장 효과적인 냉각 전략도 연구하고 있다. 연구팀은 습기가 많은 환경에서 선풍기를 틀면 38℃ 이상까지 심장의 부담이 줄어든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반면 건조한 더위에서는 선풍기 사용이 심장의 부담을 크게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유모차를 물에 젖은 천(흰색 모슬린 천)으로 덮어주면 유모차 내부의 온도를 약 5°C 낮출 수 있다는 사실도 알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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