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의학과 전문의 부족으로 전국의 대학병원 응급실 운영이 차질을 빚고 있다. 의료계는 사직 전공의의 수련 포기로 전문의의 배출이 급감하고, 의료 소송, 낮은 의료 수가 등으로 응급실 근무를 꺼리게 되면서 올가을에는 문을 닫는 응급실이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6일 의료계에 따르면, 세종충남대병원은 이번달부터 매주 목요일 응급실을 제한적으로 운영한다. 지난 1일, 오는 15일은 오전 8시부터 다음날 오전 8시까지 24시간 동안 응급실이 멈추고, 8일, 22일, 29일은 오후 6시부터 오전 8시까지 응급실이 운영되지 않는다.
세종충남대병원 측은 "응급의료센터 전문의 사직으로 불가피하게 24시간 응급진료체계(성인)를 유지할 수 없어 응급의학과 전문의 충원시까지 한시적으로 제한 진료를 시행한다"며, "응급의학과 전문의 인력이 충원되면 바로 이전처럼 24시간, 365일 응급의료센터 정상 진료를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국립중앙의료원은 지난달 29일까지 세전 연봉 4억원에 응급의학과 전문의 3명을 모집한다고 긴급 채용 공고를 냈다. 모집 일정이 지났지만 적합한 인원이 뽑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국립중앙의료원 관계자는 "재공고를 낼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강원 속초의료원도 지난달 1일 응급실 전담의 5명 중 2명이 퇴사하며 지난달에만 7일 동안 응급실 문을 닫았다. 다만, 지난달 말 전담의 1명을 채용하면서, 이번달부터 응급실을 정상 운영하게 됐다.
의료계에서는 응급실 구인난이 갈수록 심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응급실은 응급조치, 진료, 다른 진료과 인계, 전원 등을 하기 위해서는 최소 3~4명이 근무해야 하는데, 1~2명만 근무하는 현재의 상황으로서는 응급실 과부하 문제뿐 아니라 의료사고가 발생할 위험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지방 소재의 대학병원에서 근무하는 응급의학과 전문의도 "대형병원과 일부 국립대병원을 제외하고는 의사 1명이 새벽에 근무를 서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며, "갈수록 근무환경을 열악해지는데 거액의 의료소송과 형사처벌은 늘어가니 아무도 응급의학과에 오려고 하지 않는다. 사직 전공의가 복귀한다고 해도 상황은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형민 대한응급의학의사회 회장은 "전국 400개 응급실이 전체적으로 인력부족과 과로에 시달리고 있다. 남아 있는 사람들도 버티고는 있지만 어떻게 보면 책임감과 그동안의 정으로 버티고 있는 것"이라며 "추석 연휴를 전후로 세종충남대병원과 같은 상황이 벌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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