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겁게 건강을 관리한다는 의미인 '헬시 플레저'가 식품 트렌드로 부상하면서 디카페인 커피 수요량이 늘었다. 카페인 섭취 부담을 최소화하면서 커피 맛을 즐기려는 움직임이다. 실제로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에 의하면, 디카페인 커피 수입량은 2018년 1724t에서 지난해 기준 278% 증가한 6521t에 달했다. 그런데 커피 대신 디카페인 커피를 마시다가 되려 건강을 해칠 수도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디카페인 커피의 제조 과정에 따라 일부 제품에서 유해성 문제가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디카페인 커피는 크게 다음의 세 가지 방식으로 카페인을 분리해 만든다. 물을 이용한 방법(스위스 워터 프로세스), 용매(메틸렌 클로라이드, 에틸 아세테이트)를 이용한 방법, 이산화탄소를 이용한 방법이다.


이중 메틸렌 클로라이드를 용매로 활용해 추출한 방식이 건강에 잠재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메틸렌 클로라이드는 다양한 용도로 사용되는 무색의 액체 화학물질이다. 카페인을 제거할 때 사용될 뿐 아니라 맥주 제조, 페인트, 자동차 세정제, 에어로졸 제품 등에도 쓰인다.


미국 산업안전보건청은 메틸렌 클로라이드에 노출되면 암 발병 위험이 증가하고 심장이나 간, 중추 신경계 및 피부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한다. 메틸렌 클로라이드를 다량 섭취할 경우, 암이 발생할 위험이 높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기도 했다. 이에 미국 비영리 단체 환경보호기금은 식품의약국(FDA)에 식품 생산에 메틸렌 클로라이드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의 청원서를 제출했다.


따라서 디카페인 커피를 마실 때는 섭취량을 적절히 조절하는 게 바람직하다. FDA는 카페인 분리 과정에서 메틸렌 클로라이드 잔류 기준을 0.001%미만으로 설정했다. 이는 실제 건강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정도로 적은 양이다. 미국 영양학자 메기 코넬리는 "디카페인 커피 한 잔에 함유된 메틸렌 클로라이드는 급성 독성을 유발할 정도가 아니지만 가급적 하루에 다섯 잔 미만으로 섭취하는 게 좋다"고 강조했다.


섭취량 조절로도 메틸렌 클로라이드 노출이 우려된다면 용매가 아닌 다른 방법으로 카페인을 분리한 커피를 골라 마시는 게 좋다. 다행히 우리나라에서는 물이나 이산화탄소만을 사용해 카페인을 분리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렇지만 전 세계적으로 유통되는 디카페인 커피 중 상당량이 메틸렌 클로라이드를 용매로 추출하는 방식을 택한다. 상대적으로 비용이 적게 들고 풍미가 좋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수입산 커피를 마실 때는 상표를 꼼꼼히 살펴 확인할 필요가 있다.

Copyright © 의약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