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면 시원하고 달콤한 수박을 찾는 이들이 많다. 90% 이상이 수분으로 이루어진 수박은 땀을 많이 흘리는 여름철 수분 충전에 도움을 줄뿐더러 몸에 쌓인 노폐물을 빼주는 효과가 탁월하기 때문이다. 새빨간 과육에 들은 라이코펜은 대표적 항산화물질로 면역력 증진에 도움을 준다. 또 수박에는 과당이 많아 덥고 습한 날씨에 지친 기력을 회복하는 데에도 효과적이다.  

하지만 바로 이 과당 때문에 세균이 잘 번식할 수 있어 보관에 특히 신경 써야 한다. 가급적 한 번에 먹는 것이 좋지만 부피가 커 냉장고에 보관하고 먹는 경우가 많다. 이때 랩으로 싸거나 쟁반째 그대로 넣어두는 경우가 있는데, 이 과정에서 세균에 오염될 가능성이 커진다.  

수박의 잘못된 보관에 따른 세균 증식은 실험을 통해서도 밝혀진 사실이다. 2015년 한국소비자원이 실시한 실험에서 랩을 씌운 수박 단면에 세균이 급격하게 증식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당시 실험은 멸균된 칼과 도마를 사용해 수박을 반으로 잘라 랩으로 포장한 후 4℃에 냉장 보관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수박을 자른 직후에는 1g당 140마리 정도의 세균이 검출되었지만, 랩으로 포장한 뒤 일주일 뒤에는 무려 42만 마리의 세균이 검출되었다. 실험 초기보다 약 3000배 이상 증가한 것이다.  

소비자원은 이에 대해 수박을 자르는 과정에서 껍질 부분에 있던 세균이 안쪽으로 옮겨졌을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또 평소 생활 환경에선 칼, 도마 같은 조리 기구와 냉장고에서도 세균이 옮아올 수 있으므로 식중독 위험이 이보다 더 커질 수 있다. 소비자원은 "가급적 구입한 당일에 섭취하는 것이 가장 안전하다"며"남은 수박이 있을 경우 밀폐용기에 담아 보관해 두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만일 남은 수박을 보관할 때는 먹기 직전 단면을 잘라내는 것이 도움이 된다.

간혹 마트에서 소분된 수박을 사는 경우도 있는데, 이 역시 보관 과정에서 균에 오염됐을 가능성이 커 구입하지 않는 것이 좋다. 휴가지에서 수박을 계곡물에 넣어두는 것도 주의해야 한다. 휴가철 계곡물에는 사람들의 배설물이 섞여 있는 경우가 많아 대장균이 서식할 수 있다. 경우에 따라 복통이나 설사, 구토 등 증상을 유발하는 이질아메바나 스파르가눔 등의 기생충도 존재하기 때문에 계곡물에 담근 수박을 바로 꺼내 섭취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

남은 채소를 냉장고에 보관할 때도 교차 오염이 되지 않도록 신경써야 한다. 채소는 가열하지 않은 식품이라 식중독으로부터 안전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지만, 채소류의 병원성 대장균에 따른 식중독 역시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식약처에 따르면 씻지 않은 채소를 상온에서 12시간 보관할 시 세균이 7배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채소를 씻을 때는 물에 담근 후 식초액을 떨어뜨려 5분간 충분히 담갔다가 세척한 뒤 섭취하고, 5일이 지났다면 먹지 말고 폐기하는 것이 안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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