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과 남성의 생식세포를 제거하면 수명이 비슷해진다는 실험결과가 도출됐다. 이와 같은 결과는 수명을 연장하는 방법을 찾는 연구에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아베 코타 일본 오사카대 미생물질병연구소 교수 연구팀은 동물실험을 통해 여성과 남성의 수명 차이가 발생하는 이유를 밝힌 연구 결과를 13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에 발표했다.
여성이 남성보다 수명이 긴 건 인간만이 아니며, 다른 동물에서도 확인되는 특징이다. 생물학자들은 생식이 성별 간 수명 차이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요인일 것으로 보고 있지만, 생식의 어떤 작용 때문인지는 명확히 밝혀내지 못했다.
연구팀은 수명이 몇 달에 불과해 일생을 관찰하기에 용이한 민물고기 '청록색 킬리피쉬'를 대상으로 생식세포가 수명에 미치는 영향을 살폈다. 킬리피쉬의 수컷과 암컷의 생식세포를 제거하자 두 성별의 수명은 비슷해졌다. 암컷은 평소보다 수명이 줄어들었고 수컷은 늘어났다.
연구팀은 호르몬 신호전달에 변화가 일어나면서 수명이 달라졌을 것으로 해석했다. 생식세포를 없앤 암컷 킬리피쉬는 여성 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의 신호전달이 현저히 줄어들면서 심혈관질환 발생 위험이 높아졌다. 에스트로겐은 심혈관계를 보호하는 기능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암컷은 인슐린과 유사한 분자구조를 가진 호르몬인 '인슐린 유사 성장인자'가 현저히 늘어나는 변화도 보였다. 이는 노화를 늦추는 중요한 체내 신호를 억제했다.
생식세포를 없앤 수컷 킬리피쉬는 근육, 피부, 뼈 건강이 개선되는 변화를 보였다. 연구팀은 비타민D를 활성화하는 물질의 양이 늘어났기 때문일 것으로 해석했다. 비타민D는 뼈를 튼튼하고 건강하게 만들며, 신체 전반의 건강 개선 효과가 있어 수명을 향상시켰을 것이란 분석이다. 연구팀은 킬리피쉬에 활성 비타민D를 투여해 수명이 연장된다는 점 역시 직접 확인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는 생식, 노화, 수명 사이의 상호작용을 밝히는 데 중요한 단서가 될 것"이라며, "호르몬, 비타민 등의 영향을 보다 명확히 규명하면 건강한 수명을 연장하는 미래 전력을 짜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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