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할 때 나무 주걱을 쓰는 집이라면 세척할 때 주의해야 한다. 뒤집개나 주걱 등 나무로 된 주방 도구는 생각보다 관리하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제대로 세척하지 않으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비위생적인 식기를 쓰게 될 수 있다.


나무로 된 주방 도구는 냄비나 프라이팬 바닥을 긁어도 흠집이 거의 나지 않아 사용하기에 편리하다. 하지만 세균 번식에는 취약하다. 소재 특성상 미세한 틈이 존재하는데, 이 틈 사이로 음식물 찌꺼기가 쉽게 낄 수 있기 때문이다.


2020년 홍콩대 연구팀이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나무 목재 표면에는 미세한 구멍이나 틈이 있어 박테리아가 쉽게 침투할 수 있다. 특히 나무 도마의 경우, 표면을 꼼꼼히 세척하지 않으면 틈 사이에 음식물 찌꺼기가 쌓여 세균이 번식하기 좋은 환경이 된다. 캄필로박터균과 대장균 같은 식중독 원인균은 나무 도마 표면의 구멍에 적게는 두 시간부터 길게는 며칠까지 생존할 수 있다는 미국 식품의약국(FDA) 연구 결과가 있다.


스테인리스 등으로 된 주방 도구는 주방 세제를 이용해 닦은 후 물에 간단히 헹구기만 해도 깨끗이 세척된다. 반면, 나무로 된 주방 도구는 주방 세제로 세척해선 안 된다. 아무리 물로 잘 헹궈도 세제가 틈새에 남아있을 수 있다. 세제를 쓰지 않고 미지근한 물로만 세척하는 게 좋다.


물로만 씻는 게 찝찝하다면 부드러운 스펀지에 베이킹소다 한 숟갈 푼 물을 묻혀 살살 닦아내면 된다. 베이킹소다가 없다면 쌀뜨물과 식초를 9대 1로 섞은 물도 좋다. 설거지를 마무리할 땐 깨끗한 물로 주방 도구를 여러 번 헹궈야 한다. 뜨거운 물은 금물이다. 나무에 뜨거운 물이 닿으면 틈이 더 벌어지고, 그 틈 사이로 음식물이 더 쉽게 스며들 수 있어서다.


세척한 후엔 잘 건조해야 한다. 제대로 말리지 않은 나무 식기에는 곰팡이가 쉽게 번식한다. 마른 천으로 나무 도구에 묻은 물을 닦아내고, 서늘한 곳에서 오래 말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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