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실만 가면 오랫동안 나오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대변을 다 보고도 남았을 시간인데, 무슨 연유인지 감감무소식이다. 뒤늦게 나오는 사람을 붙잡고 물어보면 열에 여덟, 아홉은 '스마트폰' 때문이다. 볼 일을 보면서 뉴스, SNS 등을 보거나 게임을 하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다는 것이다. 평소 이처럼 지나치게 오래 변기에 앉아있는 습관이 있을 경우 '치핵'이 발생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치핵은 항문 안쪽 점막 혈액이 뭉치면서 혹 같은 덩어리가 생기는 것을 말한다. 항문에 발생하는 모든 질환 중 약 80%를 차지한다. 발생 위치에 따라서는 '내치핵'과 '외치핵'으로 나눌 수 있다. 내치핵은 항문 안쪽에 생겨 배변 과정에서 돌출되고 출혈을 유발한다. 통증이 없거나 심하지 않지만, 돌출된 덩어리가 부으면 아플 수 있다. 반대로 외치핵의 경우 혹 덩어리가 항문 가까이에 생긴 것으로, 단단한 덩어리가 터지면 출혈이 발생하기도 한다. 혈류가 고여 혈전이 생길 경우 심한 통증이 동반될 수 있다.
치핵의 원인은 명확하지 않다. 유전적 소인, 잘못된 배변 습관 등이 영향을 줄 수 있으며, 특히 변기에 오래 앉아 있는 습관, 지나치게 힘을 줘 대변을 보는 습관 등은 치핵이 발생하거나 악화되는 주요 원인이 된다.
증상이 심하지 않을 때는 좌욕을 통한 보존적 치료, 약물 치료로 완화될 수 있다. 이 같은 치료를 오래 해봐도 나아지지 않으면 수술을 고려하는 게 좋다. 치핵 수술은 돌출된 치핵 조직을 절제하거나 치핵 동맥을 결찰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치핵이 생기지 않으려면 올바른 배변습관을 가져야 한다. 스마트폰을 보며 10분, 20분씩 변기에 앉아있지 말고, 꼭 스마트폰을 써야 한다면 사용 시간이라도 줄이는 것이 좋다. 일각에서는 스마트폰이 있어야 배변이 잘 된다고 주장하기도 하는데, 이는 과학적 근거가 없는 주장이다. 스마트폰을 봐야 대변이 잘 나오는 것처럼 느껴진다면 습관에서 비롯된 심리적 요인, 즉 기분 탓일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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