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속 카페인은 약의 흡수를 방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약을 먹은 후나 전엔 커피를 마시지 말고, 이미 마셨다면 카페인이 체내로 들어와 밖으로 배출되기까지 걸리는 시간인 2시간 후에 약을 복용하는 게 좋다. 그런데 일반 커피에서 카페인을 최대한 제거해 만드는 디카페인 커피는 어떨까?


디카페인 커피도 약을 먹기 전에나 먹은 직후에는 마시지 않는 게 좋다. 약 흡수에 영향을 미치는 성분이 여전히 남아있기 때문이다. 디카페인은 커피에서 카페인을 분리해 만들지만, 커피 원두에 있던 폴리페놀과 탄닌은 유지된다. 폴리페놀과 탄닌은 약물 성분과 구조적으로 결합해 신체 흡수를 방해하는 성분이다. 특히 항생제나 결핵약과 함께 먹으면 안 된다.


디카페인 커피래서 카페인이 아예 안 든 것도 아니다. 2021년 식품의약품안전처 고시에 따르면, 한국은 카페인 함량이 90% 이하이기만 해도 '디카페인(탈카페인)'으로 표기할 수 있다. 97% 제거돼야 디카페인으로 인정하는 국제 기준, 99%가 제거돼야 디카페인이라 할 수 있는 유럽연합(EU) 기준에 비하면 느슨한 편이다. 지난해 3~11월 경기도보건환경연구원이 경기도 내 카페의 디카페인 제조음료 40건의 카페인 함량을 분석한 결과, 평균 18.59mg/L의 카페인이 함유된 것으로 나타났다.


미량의 카페인이라도 약을 먹을 땐 굳이 섭취하지 않아야 한다. 체내 카페인 대사는 간의 효소인 'CYP1A2'가 맡는다. 그러나 CYP1A2는 아세트아미노펜, 안티피린, 클로미프라민, 와피린 등 다양한 약 성분도 대사한다. 약을 먹는 사람이 카페인 함유 음료를 마셔 CYP1A2가 카페인 대사에 집중하게 되면 약 성분의 대사율이 줄고, 약물의 혈중 농도가 지나치게 높아져 생각지 못한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커피뿐 아니라 에너지음료, 녹차, 아이스티, 콜라도 카페인이 들어 있어 약과 함께 먹으면 좋지 않다. 커피나 디카페인 커피말고도 우유나 주스를 약과 함께 먹는 사람이 있지만, 이 역시 바람직하지 않다. 약은 물과 복용하는 것이 가장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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