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팀이 과민성장증후군 치료의 실마리를 찾았다.
김나영·이동호 분당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연구팀은 '과민성장증후군(Irritable Bowel Syndrome)' 치료에 효과가 있는 미생물 균주(유익균)를 발견하고 동물실험을 통해 성별에 따른 효과를 규명했다고 14일 밝혔다.
수많은 현대인이 고통 받고 있는 과민성장증후군(Irritable Bowel Syndrome)은 대장 내시경이나 엑스선검사로 확인되는 특정 질환은 없지만 주로 식사 이후 복부 통증과 불편함을 느끼고, 설사 혹은 변비 등 배변 습관에 이상증상이 나타나는 만성질환을 뜻한다.
한국인의 10%가량이 겪을 정도로 흔한 과민성장증후군은 긴장하면 배가 다소 아픈 체질 정도로 오해받기 쉬우나, 실제로 이로 인해 환자들이 겪는 삶의 질 저하는 심각한 수준이다.
실제로 환자들은 평생에 걸쳐 시도 때도 없는 복통과 급한 설사로 학업이나 직장생활 등에서 큰 지장을 느끼고, 장거리 운전이나 대중교통 이용과 같은 일상 전반에서 어려움을 호소한다.
과민성장증후군은 ▲스트레스 ▲염증 ▲장-뇌 신경계 이상 ▲장내세균 불균형 등이 발병 위험을 높이고 증상을 악화시키는 위험요인으로 지목되고 있으나, 아직까지 발생 기전(원인)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없고 확실한 치료법도 마땅치 않은 상황이다.
연구팀은 건강한 장에서 추출한 유익한 미생물 균주를 과민성장증후군 환자의 장에 이식하는 치료법이 효과가 있다는 사실에 주목한 후 이에 적합한 균주를 찾는 연구를 수행했다. 이후 건강한 공여자에서 관찰되는 '로즈부리아 파에시스(Roseburia Faecis)' 균주가 항염증 효과가 뛰어나다는 점을 확인하고, 설사형 과민성장증후군과 비슷한 증상을 유발한 쥐 모델에 13일간 경구 투여해 장내 환경과 배변의 변화를 관찰했다.
그 결과, 로즈부리아 파에시스를 구강 투여하면 장내 점막과 점막하층에 분포, 스트레스 노출 시 그 수가 증가하며 복통 등 과민성장증후군의 증상을 악화시키는 비만세포(mast cell) 수가 크게 감소하고 설사 증상이 개선됐다. 특히 이러한 효과는 수컷 쥐에서 더 크게 나타났다. 분변의 세균총을 분석했을 때 필수아미노산의 흡수와 연관된 유전자 발현이 정상적으로 돌아오며, 무너진 항상성(생물이 최적의 상태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려는 경향)이 회복되는 결과를 보이기도 했다. 이 역시 수컷 쥐에서 두드러졌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결과가 건강한 장에서 유래된 로즈부리아 파에시스 균주가 설사형 과민성장증후군을 치료할 수 있는 프로바이오틱스(체내에 투여 시 유익한 효과가 있는 살아 있는 미생물)로서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을 시사하는 것이라 해석했다.
김나영 교수는 "로즈부리아 파에시스 균주의 치료 효과뿐만 아니라 프로바이오틱스의 선택에 있어서 남녀 성차를 고려해야 함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이번 동물실험 결과를 바탕으로 추후 인체 대상 임상시험 연구를 진행해 수많은 현대인의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과민성장증후군을 해결할 실마리를 찾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산업통상자원부가 지원하는 기술혁신사업의 일환으로 이뤄졌다.
이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암 예방저널(Journal of Cancer Prevention)'에 최근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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