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유두종바이러스(HPV)에 감염된 여성은 심장마비와 뇌졸중 등 심뇌혈관질환으로 사망할 위험이 비감염자보다 4배 높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이러한 경향은 자궁경부암을 일으키는 고위험 HPV에 감염됐을 때 더 뚜렷하게 나타났다.
유승호·장유수·정혜숙 성균관대 의대 교수 연구팀은 심뇌혈관질환이 없는 한국 여성 16만3250명(평균 연령 40.2세)의 HPV 검사결과와 심뇌혈관질환에 따른 사망 데이터를 비교‧분석한 결과, 이러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HPV는 일반 여성인구 감염률이 2~44%에 달할 정도로 흔한 성 매개 감염 바이러스다. 지금까지 알려진 HPV는 대략 100여종이며, 이 가운데 약 40여종이 항문과 생식기 감염에 관련이 있다. 특히 고위험군 바이러스(HPV type 16‧18‧32‧33 등)는 자궁경부암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자궁경부암의 70%에서 HPV type 16과 HPV type 18이다.
연구팀은 심뇌혈관질환의 잠재적 위험요인으로 HPV의 영향을 조사하기 위해 연구 시작 시점에 30세 이상 심뇌혈관질환이 없는 여성을 대상으로 2004~2018년 강북삼성병원에서 1~2년마다 13가지 고위험 HPV 검사 등 건강검진을 진행했다.
이후 참여자들의 HPV 검사 결과 데이터를 심뇌혈관질환에 따른 사망에 대한 국가 데이터와 결합한 후 다른 심뇌혈관질환 위험요인을 배제하고 고위험 HPV의 영향을 분석한 결과, 고위험 HPV 감염이 심뇌혈관질환 사망 위험을 크게 증가시킨다는 점을 밝혀냈다.
구체적으로 고위험 HPV 감염자는 심뇌혈관질환 사망 위험이 비감염자보다 3.91배 높았고, 허혈성 심장질환 사망 위험은 비감염자의 3.74배, 뇌졸중 사망 위험은 5.86배 각각 높았다.
특히 비만이 있는 여성이 고위험 HPV에 감염되면 위험이 더 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체질량지수(BMI‧체중을 키의 제곱으로 나눈 값)가 25(㎏/㎡) 이상인 경우 고위험 HPV 감염자는 비감염자보다 심뇌혈관질환 사망 위험이 4.81배 높았고, BMI 25 미만에서는 감염자가 비감염자보다 2.86배 높았다.
정혜숙 교수는 "염증이 심뇌혈관 질환 발병과 진행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바이러스는 염증의 잠재적 유발 요인으로 알려져 있다"며 "혈류 속 HPV가 혈관에 염증을 유발해 동맥을 막고 손상시켜 심뇌혈관질환 위험을 증가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고위험 HPV 감염자가 심뇌혈관질환과 자궁경부암의 잠재적 위험을 인식하는 게 중요하다"며 "정기적 건강검진을 받고 심뇌혈관질환 위험을 완화하기 위한 건강한 생활방식을 채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연구결과는 유럽심장학회에서 발간하는 국제학술지 '유럽 심장 저널(European Heart Journal)'에 최근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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