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나이에 유방암으로 진단된 '엄마' 환자들은 어린 자녀들을 제대로 챙겨주지 못한다는 생각에 미안해하면서 급기야 우울과 죄책감에 시달리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러한 어린 자녀가 있는 유방암 환자들의 우울증 발생 위험은 약 2.3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아산병원 유방외과 김희정 교수 연구팀은 20∼45세에 유방암으로 진단된 환자 699명을 대상으로 자녀 여부와 육아 스트레스, 우울증 위험 등을 분석하고 그 중 499명의 12세 미만 어린 자녀들에게 행동 평가 척도(CBCL) 검사를 시행했다.
행동평가척도 검사는 아동 및 청소년의 사회 적응 및 정서 · 행동 문제를 평가하기 위해 전 세계적으로 널리 사용되고 있는 신뢰도 높은 검사법이다. 불안, 우울, 규칙위반성, 공격행동성 등을 전체적으로 측정한다.
검사 결과, 발달 정도가 정상 범위에 있는 어린이가 87%로 일반 어린이보다 오히려 3%가 높아 유방암 진단이 자녀 정서 발달에 큰 영향이 없었다.
젊은 유방암 환자들은 자신 때문에 어린 자녀들의 정서 발달에 영향이 있지는 않을지 우려하면서 우울해하는 경우가 많은데, 사실상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대목이라고 연구팀은 강조했다.
그러나 어린 자녀가 있는 유방암 환자들과 그렇지 않은 환자 200명의 우울증 발생 위험을 비교한 결과 어린 자녀가 있는 유방암 환자들이 2.3배 정도 높아 정서적으로 더 불안했다.
한국판 양육 스트레스 검사(K-PSI-SF)에서 자녀가 6~12세인 경우 6세 미만일 때와 비교해 육아 스트레스 점수가 3.1배 높았고, 엄마와 다른 가족이 양육할 수 있는 환자들은 엄마만 주 양육자일 때보다 육아 스트레스 점수가 3.4배 떨어졌다.
자녀 유무와 상관없이 유방암을 오래 앓았다고 해서 우울증이 심해지지는 않고 오히려 완화됐다.
김효원 교수는 "미성년 자녀가 있는 유방암 환자들은 암 치료에 전념하다 보니 보살펴줘야 할 자녀들을 더 잘 챙겨주지 못한다는 생각에 힘들어하는데, 환자의 유방암 진단과 아이들의 정서 발달에는 큰 관련이 없었다"고 말했다.
김희정 교수는 "환자들의 정서적 문제가 치료 결과까지도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자녀에 대한 미안함 대신 스트레스를 되도록 줄이고 긍정적인 마음으로 치료에 전념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연구 결과는 미국의사협회에서 발행하는 '자마 네트워크 오픈(JAMA Network Open)'에 최근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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