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뇌 속 노폐물을 외부로 잘 배출해 치매 같은 신경퇴행성 뇌질환을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냈다. 이는 뇌를 건드리지 않고도 가능해 뇌질환을 치료하거나 예방하는 새로운 방법이 될 것으로 보인다.
국내 연구진이 치매 등 신경 퇴행성 뇌 질환을 일으키는 뇌 속 노폐물을 청소하는 뇌척수액 배출 '허브'(Hub)를 찾았다.
기초과학연구원(IBS)은 혈관 연구단 고규영 단장(KAIST 의과학대학원 특훈교수)과 윤진희 선임연구원, 진호경 연구원 연구팀이 뇌척수액의 주요 배출 통로가 코 뒤쪽에 있는 비인두(Nasopharynx) 점막에 넓게 분포하는 림프관(Lymphatic vessel)망이라는 것을 새롭게 밝혀냈다고 11일 밝혔다.
우리 뇌에서는 뇌 세포들의 활동으로 생기는 노폐물이 뇌척수액을 통해 중추신경계 밖으로 빠져나간다. 이 노폐물이 배출되지 않고 뇌에 쌓이게 되면 신경세포를 손상시켜 뇌의 인지기능 저하, 치매 등 신경퇴행성 뇌질환의 주요한 원인이 된다.
특히 노화에 따라 뇌척수액을 통한 노폐물의 배출 기능은 현저히 감소한다. 
이렇게 뇌 청소가 제대로 되지 않으면 뇌 기능에 문제가 생기고, 치매 같은 신경퇴행성 뇌 질환이 발생하거나 악화될 수 있다.
연구팀은 림프관망과 연결된 목 림프관을 발견하고, 이를 수축·이완시켜 뇌척수액 배출을 증가시킬 수 있다는 것도 확인했다.
뇌 속 노폐물을 원활히 청소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제시한 것이다.
연구팀은 림프관에 선택적으로 형광 표지자를 발현하는 생쥐 모델과 생체 내 이미징 기술 등 첨단 시각화 기술을 활용해 뇌척수액 배출 경로를 시각화했다.
그 결과, 비인두에서 발견된 림프관들이 서로 정교하게 연결된 림프관망 구조를 가지고 있고, 뇌의 안쪽과 바깥쪽 림프관을 연결해 뇌척수액을 배출하는 허브 역할을 하는 것을 밝혀냈다
또 늙은 생쥐의 비인두 림프관망은 심하게 변형돼 뇌척수액의 배출이 원활하지 않다는 것을 관찰했다. 여기서 주목할 만한 사실은 노화된 생쥐에서 목 림프관에는 큰 변형이 없었다는 것이다.
목 림프관은 둥근 근육 세포들로 둘러싸여 있으며, 일정한 간격으로 판막들이 분포돼 있어 뇌척수액이 뇌 안으로 역류하는 것을 막고 있었다.
연구팀은 평활근 세포 조절 약물로 목 림프관 수축과 이완을 유도할 수 있고, 이때 뇌척수액의 배출을 원활하게 조절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
고규영 단장은 "이번 연구로 뇌 속 노폐물을 청소하는 비인두 림프관망의 기능과 역할을 규명하고 뇌척수액 배출을 외부에서 조절하는 새로운 방법을 제시했다"며 "치매를 포함한 신경퇴행성 질환 연구에 새 이정표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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