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태안에서 부부와 소아당뇨를 앓던 8세 딸이 함게 숨진 채 발견된 가운데, 이들의 딸의 소아당뇨를 치료하는 과정에서 경제적 어려움을 겪다가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알려져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9일 태안경찰서에 따르면 이날 오전 7시 15분경 태안군의 한 주택가에서 남편 A 씨(45)와 아내 B 씨(38), 8세 딸이 숨져 있는 것을 경찰이 발견했다. 경찰은 이날 A 씨 모친으로부터 "아침에 일어나 보니 함께 잠들었던 가족들이 사라졌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해 집 앞에 있는 차량 안에서 A 씨 일가족을 발견했다.
전문가들은 소아당뇨를 앓는 아동에 대한 지원 부족 등 구조적 문제가 겹쳐 일어난 비극적 사건이라고 지적했다.
소아당뇨 환자는 매일 인슐린 투약을 위해 주사를 맞아야 한다. 유치원이나 초중고 보건교사가 대신 주사할 수 없어 가족이나 전문 간병인이 돌봐야 하는데 이에 대한 경제적 지원이 전무한 게 현실이다.
제1형 당뇨병은 췌장에서 인슐린이 분비되지 않아 혈당 조절이 되지 않는 질환으로, 식습관이나 비만 등으로 야기되는 성인 당뇨병과는 다르다. 주로 소아·청소년기에 발병해 흔히 소아당뇨라고 부른다.
소아당뇨 환자에 대한 지원이 부족한 상황에서 환자 수는 매년 증가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22년 말 기준 인슐린을 거의 생성하지 못하는 19세 미만의 '1형 당뇨병' 환자는 1만4480명에 달한다. 2018년(1만1473명)과 비교해 4년 새 26% 넘게 늘었다.
실제 1형 당뇨병 아이를 둔 부모는 진단과 함께 극심한 좌절과 우울을 느끼고, 이후에는 완치가 되지 않는 병에 맞서야 하는 정신적·신체적·경제적 어려움에 시달린다.
그나마 사정이 나아진 건 2018년부터 국내에 연속혈당측정기가 시판되면서다.
당시 김미영 한국1형당뇨병환우회 대표는 1형 당뇨병을 앓는 자녀를 위해 국내에서 허가받지 않은 연속혈당측정기를 구입·개조했다가 검찰에 고발당하면서 이 문제를 수면 위로 끌어올린 바 있다. 이후 국내에 다국적 의료기기 업체의 연속혈당측정기가 허가·도입됐다.
연속혈당측정기와 인슐린펌프는 건강보험이 적용되고 있지만, 평생 매일 인슐린을 주입해야 하는 소아당뇨 질환의 특성상 환자의 부담이 적지 않다는 목소리가 컸다.
이같이 소아당뇨 환자가 늘어나자 보건복지부는 2월부터 소아당뇨 환자가 인슐린을 주입할 때 사용하는 인슐린 펌프의 건강보험 지원을 확대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인슐린 펌프 지원 기준 금액은 기존 170만 원에서 최대 450만 원까지 늘어나고, 환자 본인 부담률은 기존 30%에서 10%로 낮아진다.
정부가 이러한 정책을 발표하자 대한당뇨병연합은 1형 당뇨병 환자의 의료비 지원 확대에 환영의 뜻을 표하는 성명을 내기도 했다.
의료계와 환자들은 1형 당뇨병을 중증 난치질환으로 인정해 본인 부담을 더 낮춰야 한다고 주장한다. 1형 당뇨병 환자들은 동네 병의원이 아닌 상급종합병원에서 관리와 치료를 받는 경우가 많은데 중증으로 인정되지 않다 보니 본인 부담이 적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중증 난치질환으로 인정되면 상급종합병원 등에서의 본인 부담이 크게 줄어들 수 있다.
인슐린펌프 등 의료비 지원이 확대되고는 있으나, 1형 당뇨를 앓는 자녀를 둔 부모는 대부분 한쪽이 아이의 혈당 관리에 매달려야 하는 경우가 많아 경제적 어려움에 노출되는 경우가 많다.
대한당뇨병학회는, 선천적으로 인슐린 분비가 되지 않는 1형 당뇨병은 반나절 정도만 인슐린 투여가 중단되더라도 케톤산증 등으로 인해 환자에 심각한 위해를 끼칠 수 있으므로 중증 난치질환으로 인정해 적극적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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