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아산병원 장기이식센터 간이식팀이 8천 번째 간이식 수술을 시행하고 있다. 오른쪽 첫 번째가 간이식 간담도외과 이승규 석좌교수
(Photo : )
▲ 서울아산병원 장기이식센터 간이식팀이 8천 번째 간이식 수술을 시행하고 있다. 오른쪽 첫 번째가 간이식 간담도외과 이승규 석좌교수

서울아산병원 장기이식센터 간이식팀이 최근 간이식 수술 8천례를 달성했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8천례는 세계 처음 기록이라고 병원 측은 설명했다. 

서울아산병원은 말기 간질환 환자들을 대상으로 1990년대 국내에서 불모지와 다름없던 간이식에 과감히 뛰어든 이후, 연구에 연구를 거듭하며 발전을 거듭했고, 더 나아가 새로운 수술법을 제시하며 세계 간이식계에도 진보적인 영향을 미쳤다. 


서울아산병원은 1992년 뇌사자 간이식을 시작으로, 올해 9월을 기준으로 하면 지금까지 생체 간이식 6,658건, 뇌사자 간이식 1,342건을 실시했다. 특히 최근 몇 년간은 코로나19로 수술이 안정적이지 않은 상황이었지만 병원 자체적인 수준 높은 감염 관리 시스템을 구축해 연 500례가 넘는 간이식 수술을 안전하게 시행해왔다고 한다. 수술 성공률은 98%에 달한다고 병원 측은 밝혔다. 


서울아산병원 간이식·간담도외과 이승규 석좌교수가 1991년 세계 최초로 개발한 '변형 우엽 간이식'은 현재 전 세계 간이식센터에서 표준 수술법으로 사용되고 있고 병원 측은 설명했다. 변형 우엽 간이식은 이식되는 우엽 간에 새로운 중간정맥을 만들어 우엽 간 전(全) 구역의 피가 중간정맥을 통해 잘 배출되도록 하는 수술법이다. 이를 통해 한 해 30례에 그치던 생체 간이식이 100례를 넘겼고 수술 성공률도 70%에서 95%를 돌파했다.
이승규 교수가 2000년 세계 최초로 고안한 '2대1 생체 간이식'은 간 기증자와 수혜자의 범위를 넓히는 데 기여했다. 기증자 2명으로부터 간 일부를 받아 수혜자에게 이식하기 때문에 기증자 간의 좌우엽 비율이 기준에 맞지 않거나 지방간이 심한 경우에도 간이식이 가능한 수술법이다. 그동안 600명이 넘는 환자들이 이 수술법으로 새 삶을 얻었다고 병원 측은 밝혔다.

서울아산병원에서 이뤄지는 간이식의 85%는 생체 간이식이다. 이는 뇌사자 간이식에 비해 수술이 까다롭고 합병증 발생 위험도 커서 높은 생존율을 담보하기 어렵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서울아산병원은 수술 성공률이 매우 낮은 중증 환자들을 포기하지 않았음에도 간이식 생존율이 98%(1년), 90%(3년), 89%(10년)로 매우 높다고 병원 측은 설명했다. 우리나라보다 간이식 역사가 깊은 미국의 피츠버그 메디컬센터와 샌프란시스코 캘리포니아대학 메디컬센터의 간이식 후 1년 생존율이 평균 92% 정도다. 

2017년에는 생체 간이식 환자 361명이 모두 생존해 꿈의 수치인 사망률 0%를 달성하기도 했다. 최근 10년간 시행한 소아 생체 간이식 생존율은 99%에 달한다.

면역학적 고위험군인 ABO 혈액형 부적합 생체 간이식은 서울아산병원이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시행하고 있으며, 혈액형 적합 간이식과 대등한 성적을 보이고 있다.

또 최근 국내 간이식 환자들을 보면 약 45%가 간암을 동반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서울아산병원 간이식팀은 간이식 후 간암의 재발 가능성을 현저히 낮추기 위해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고 한다. 이식 전 간암의 맹렬성을 떨어뜨려 암의 병기를 낮추는 '다운 스테이징'을 철저히 진행하고 있으며, 수술 중에는 간암이 주위 장기나 혈액을 통해 퍼지는 것을 막기 위해 암세포를 건드리지 않고 안전하게 제거하는 '노터치 테크닉'을 적용하고 있다.
한편 서울아산병원의 간이식 수준을 국내외 의료계에 상징적으로 보여준 일도 있었다. 1955년 미네소타 프로젝트로 우리나라 의사들에게 선진 의술을 전파했던 미국 미네소타대학병원이 2015년 서울아산병원의 생체 간이식을 배우고 싶다며 협력을 요청해온 사례이다.

이승규 서울아산병원 간이식·간담도외과 석좌교수는 "서울아산병원 간이식팀이 간이식 불모지에서 차곡차곡 수술 기록을 쌓아 8천례까지 이를 수 있던 배경에는 단단한 팀워크가 자리해있다. 간이식·간담도외과 의료진뿐 아니라 마취통증의학과, 영상의학과, 소화기내과, 수술실, 중환자실, 병동, 장기이식센터의 모든 의료진이 '원 팀'이 되어 절체절명의 환자를 살리기 위해 매 순간 혼신을 다해왔다"며 "죽음의 기로에 섰던 많은 환자들이 우리의 도전에 큰 용기로 응했으며 모범적인 건강관리로 간이식 역사에 좋은 이정표가 되어주었기에 간이식에 더욱 전념할 수 있었다. 앞으로도 많은 간질환 환자들이 건강한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한편 서울아산병원은 아시아 국가의 의료 자립을 돕기 위해 간암 발생률 최상위 국가인 몽골과 베트남에도 2011년부터 간이식을 전수해왔다고 병원 측은 밝혔다. 서울아산병원 의료진 50여 명이 연 2~4회씩 두 국가를 방문해 현지 의료진을 양성했고 현지 의료진 250여 명이 서울아산병원에서 교육을 받았다. 그 결실로 몽골 국립 제1병원과 베트남 쩌라이병원, 호치민대학병원에서 간이식을 독자적으로 시행할 수 있게 됐다.

이밖에도 의술 전수 대상 국가를 넓혀 △2001년 터키 최초 성인 생체 간이식 △2004년 프랑스 최초(유럽 최초) 2대1 생체 간이식 △2006년 터키 최초 2대1 생체 간이식 △2016년 중동 카타르 최초 성인 생체 간이식 △2019년 카자흐스탄 최초 2대1 생체 간이식을 성공시키바 있다고 병원 측은 설명했다.  
 

Copyright © 의약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