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아산병원 신ㆍ췌장이식외과 권현욱 교수팀이 고위험 신장이식 수술 시 사용되는 약물 '리툭시맙'(rituximab)의 안정성에 대한 연구를 수행하고, 최근 그 결과를 발표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권 교수 연구팀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리툭시맙은 그간 학계에서 암 발생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는 염려에 대하여서는 안전하다고 말할 수 있다.
혈액형이 다르거나 조직적합성이 맞지 않는 신장을 이식하는 '고위험' 신장이식 수술을 할 때에는 환자의 면역 체계가 새로 이식된 신장을 공격하게 하지 않기 위해 '수술 전처리' 과정을 거치는데 이 때 사용되는 약물이 리툭시맙(rituximab)이다. 최근 이 약물에 대하여 저용량만 사용해도 부작용으로 암 발생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견해가 있었는데, 권 교수 연구팀이 리툭시맙을 저용량으로 사용하면 암 발생은 상관이 없는 정도라는 것을 밝혀낸 것이라고 병원 측은 설명했다.
권 교수팀은 신장이식 수술을 받은 환자 2천 9백여 명을 대상으로 혈액형 불일치 또는 조직적합성 부적합으로 수술 전 저용량 리툭시맙 치료 여부에 따른 암 발생률을 비교했다. 그 결과 리툭시맙을 사용하지 않았던 환자들의 수술 후 암 발생률은 약 3%였고, 리툭시맙을 사용한 환자들은 약 2%로 나타났다.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는 없다고 권 교수팀은 해석했다.
연구팀은 2008년 1월부터 2018년 1월까지 신장이식 수술 환자 2,895명을 대상으로, 수술 전 리툭시맙 주사를 맞지 않은 2,273명과 리툭시맙 주사를 맞은 622명을 각각 평균 약 83개월, 72개월 동안 추적 관찰했다. 리툭시맙은 혈액형 불일치 또는 조직적합성 부적합 신장이식 수술 환자들에게 수술 1~2주 전에 주사로 투약되었으며, 환자들은 국가 암 검진 프로그램에 따라 위내시경, 대장내시경, 복부초음파 등을 통해 암 발생 여부를 주기적으로 확인했다.
그 결과 리툭시맙 주사를 맞지 않은 환자 중 약 2.9%(65명)에서 추적 관찰 기간 동안 암이 발생했으며, 리툭시맙 주사를 맞은 환자 중 약 1.9%(12명)에서 암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두 집단 모두 비뇨기, 갑상선, 혈액, 대장, 유방, 위 순으로 암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고, 환자의 나이와 비만도(BMI)가 신장이식 수술 후 암 발생과 가장 관련이 큰 것으로 분석됐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리툭시맙은 면역억제제 중 하나로, 신장이식 후 거부반응을 일으키는 항체를 만드는 B세포(면역세포)를 사멸시키는 역할을 한다고 한다. 림프종, 백혈병 등 항암 치료에 고용량으로 사용되는 약물인데, 혈액형 불일치 또는 조직적합성 부적합 신장이식 수술 환자에게는 수술 후 거부반응을 줄이기 위해 저용량으로 사용되고 있다.
리툭시맙을 고용량으로 사용하면 환자의 면역 기능이 저하되어 암 발생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는 있었지만 저용량 사용에 대한 연구 결과는 거의 없었는데, 고위험 신장이식 예정 환자에게 저용량으로 세밀하게 조절해 사용하면 부작용 없이 새로운 신장이 잘 자리잡을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이라고 병원 측은 설명했다.
이번 연구를 주도한 권현욱 서울아산병원 신ㆍ췌장이식외과 교수는 "주로 면역학적으로 고위험 신장이식 수술이 예정된 환자들이 서울아산병원을 찾다보니 많은 면역 치료 경험을 쌓아왔는데, 서울아산병원 신장이식팀이 그 동안의 경험 바탕으로 수술 전처리 효과는 극대화하면서 부작용은 최소화하는 최적의 리툭시맙 용량을 찾아 환자들에게 적용해 온 결과"라고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대한외과학회지(Annals of Surgical Treatment and Research, IF=1.859)에 최근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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