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훈 교수, 최윤라 교수, 박세훈 교수
폐암 면역항암제 펨브롤리주맙은 기존 치료제에 비해 환자의 생존기간을 늘려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환자마다 치료 효과 달라 신중한 접근이 필요한 제제다.
현재는 PD-L1이란 암세포의 특정 단백질 발현율(TPS)을 이용해 50% 이상이면 면역항암제가 단독으로 효과가 있다고 보지만, 이 조건 만으로는 어떤 환자가 치료 효과를 크게 볼 수 있을지 찾기가 어려운 부분이 있었다. 또 발현율이 50% 미만인 경우에도 치료에 반응을 보이는 환자가 있는 만큼, 이들 중 치료 효과가 있을 만한 환자를 찾는 것 역시 중요한 문제였다.
이 문제에 대한 연구를 최근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이세훈·박세훈 교수, 병리과 최윤라 교수 연구팀과 분당서울대병원 병리과 김효진 교수, 루닛 옥찬영 최고의학책임자(CMO)가 진행했다. 이 연구팀이 '루닛 스코프 IO'을 이용해 종양침윤성림프구의 분포에 따라 비소세포폐암에서 면역항암제의 효과를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는 연구 결과물을 얻었다고 최근 서울삼성병원 측이 밝혔다.
연구팀은 종양미세환경에 머물며 암 조직을 공격하는 면역세포인 종양침윤성림프구(TIL)에 주목했다고 한다. 해당 면역세포는 암의 치료 성패를 가늠하는 핵심 지표가 될 잠재력을 인정받아왔지만, 종양침윤성림프구가 얼마나 존재하는지 잘게 나뉜 암 조직을 하나하나 살펴보기 어려운 문제가 있었다.
연구팀은 해결책으로 인공지능모델을 꺼냈다. 폐암 조직을 분석한 병리학 전문가의 판독 결과를 참고해 종양침윤성림프구가 환자의 암 조직에 얼마나 분포하는지 병리 슬라이드를 대신 확인할 수 있도록 인공지능모델을 학습시켰다. 연구팀은 인공지능모델을 이용해 종양침윤림프구의 밀도와 분포에 따라 폐암의 면역학적 형질을 활성과 비활성(제외, 결핍으로 세분)으로 나눈 다음 삼성서울병원과 분당서울대병원에서 면역항암제 치료를 받은 환자 518명을 대상으로 각각의 경우에서 효과를 분석했다.
면역세포의 밀도가 높아 활성인 경우라면 그만큼 면역항암제가 효과를 발휘할 기회도 많다는 뜻으로 해석했다.
실제로 종양침윤성림프구가 활성인 환자들이 면역항암제 치료 반응율이 훨씬 좋았다고 병원 측은 밝혔다. 삼성서울병원과 분당서울대병원의 각각 독립된 코호트에서는 물론 둘을 종합해 분석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전체 생존기간 중앙값 역시 활성환자의 경우 24.8개월로 제외환자 14개월, 결핍환자 10.6개월 보다 향상되었다는 결과가 나왔다. 무진행 생존기간도 활성환자 4.1개월, 제외환자 2.2개월, 결핍환자 2.4개월로 활성환자가 앞섰다.
특히 같은 조건이라면 1차 치료에서 면역항암제를 투여 받은 경우 효과가 더욱 분명했다. 활성환자의 경우 전체 생존기간 중앙값은 38개월로 비활성환자 11.9개월 보다 크게 늘었다. 무진행 생존기간 또한 활성환자가 15.6개월로, 비활성환자 4.8개월 보다 연장되었다고 한다.
기존 바이오마커인 PD-L1의 발현율이 1~49%인 경우에도 활성환자에게는 면역항암제가 도움이 됐다. 치료 반응율을 보면 22.8%으로 비활성환자 3.9%보다 월등했다.
이들 환자의 전체 생존기간과의 관련성은 뚜렷하지 않았지만 무진행생존 기간을 늘리는 데 도움이 됐다. 활성환자의 무진행생존기간 중앙값은 6.2개월로 비활성환자 3.2개월보다 두 배 가량 길었다고 병원팀은 밝혔다.
이들 중 1차 치료로 면역항암제를 투여 받은 환자 10명만 추려 따로 분석하면, 활성환자의 치료 반응율은 66.7%로 비활성환자 0%와 크게 대비됐다. 전이성 비소세포폐암의 국제 임상연구를 선도했던 KEYNOTE-001에서 보고한 치료 반응율 14.8%과도 큰 차이를 보였다.
이번 연구를 주도한 이세훈 교수는 "환자들에게 보다 적합한 치료가 무엇인지 찾는 것은 치료 성공으로 향하는 첫 걸음"이라며 "새 바이오마커를 보조수단으로 삼는다면 더 많은 환자들이 더 나은 치료 결과를 기대할 수 있고, 자칫 소외될 수 있는 환자들에게도 치료 기회가 돌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병리의사로 인공지능모델을 검증한 최윤라 교수는 "인공지능모델의 민감도와 특이도가 향상되어 보다 발전된 체계로 거듭난다면 병리의사를 보조해 보다 신속하고 정확하게 암환자를 진단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번 연구가 이러한 가능성을 엿보는 기회가 됐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암 관련 세계 최고 학술지 중 하나인 '임상종양학회지(JOURNAL OF CLINICAL ONCOLOGY, IF=44.54)' 최근호에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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