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사협회(회장 이필수)가 안전한 백신 배송을 위한 기본원칙 준수를 정부 당국에 촉구했다. 30일 낸 입장문에서 의협은 "정부가 8월 초 접종 물량 중 일부를 각 지자체로 일괄 배송해 위탁 의료기관이 직접 관할 보건소에서 수령하는 방식으로 진행하고 있어 일선 의료현장에 혼란과 우려가 유발되고 있다"고 밝혔다.
의협은 "코로나19 백신은 일정수준의 저온 냉장상태가 지속적으로 유지돼야 하는 이른바 '콜드체인' 유지가 필수적인 백신으로, 반드시 일정온도 유지를 위해 온도계, 냉매제 등의 장비를 갖추고 엄격한 관리 하에 운송되어야 한다"고 했다.
특히 "요즘과 같이 무더위가 연일 지속되는 와중에 운반과정에서 백신 온도가 이탈되거나 훼손될 우려가 높아 운송상의 관리미비로 인한 폐기로 이어지기 쉬운데, 만약 의료기관에서 사용불가 백신이라는 것을 인지하지 못한 채 환자에게 투여되기라도 한다면, 접종자의 건강과 안전을 담보할 수 없는 위험한 상황이 초래될 수 있으며, 그 책임을 애꿎은 의료기관이 떠안게 될 가능성이 높다"도 우려했다.
그러면서 의협은 "최근 예방접종 후 이상반응 건수가 증가해 여느 때보다 세심한 백신 배송관리가 요구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에서는 백신수급 지연기간 만큼의 배송 스케줄 단축을 위해 냉장설비를 갖춘 백신 배송업체의 의료기관 직접 배송 방식이 아닌, 보건소 일괄배송 후 의료기관에서 수령하도록 배송체계를 임시 변경한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소량의 백신이라 하더라도 정부의 배송방식은 백신 폐기량을 최소화해야 하는 현재의 상황과도 맞지 않을뿐더러, 국민의 건강을 위해 국가가 담당해야 할 백신 배송의 책임과 안전관리 업무를 개별 의료기관들에 전가하는 것이나 다름이 없다"고 했다.
이에 의협은 "정부는 통제 불가능한 외부적 요인에 의해 코로나19 백신공급이 계획대로 진행될 수 없었다고 변명하고 있지만, 그것이 결코 정부의 배송 책임을 의료기관으로 전가해도 된다는 의미로 해석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라며 "정부에서는 소량의 백신도 누군가에게는 한 번의 소중한 접종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하지 말고, '백신의 배송관리는 국가에서, 접종은 의료기관에서' 라는 각자 본연의 역할에 맞는 기본원칙에 충실한 정책이 추진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라고 했다.
또 "올해 국내 코로나19 백신 접종의 우선 목표는 대규모 접종대상자의 신속한 접종을 통한 집단면역 형성일 것이다. 그러나 신속접종의 선결과제를 해결하기 위한 전제는 안전한 접종이며, 이를 위한 백신 배송체계 및 접종환경 점검과 개선이 절실하게 요구되고 있는 시점이다"며 "장기화되는 코로나19 확산상황에서도 일선 의료진들은 감염의 위험과 누적된 피로를 무릅쓰고 감염환자 진료와 전 국민 백신접종이라는 업무를 사명감 하나로 묵묵히 수행하고 있다. 지친 의료진들이 부디 본연의 업무인 '진료'와 '예방접종'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보다 세심한 정책을 수립하고 추진하길 정부에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의협은 "백신 배송 방침에 따른 환자 안전문제를 심각하게 여기지 않는 정부의 안이함에 깊은 우려를 표하며, 충분한 사전 안내와 안전조치를 강구하지 않은 채 백신 수령 및 이송에 따른 위험부담을 온전히 의료기관에 전가함으로써 발생할 문제들에 대한 모든 책임은 전적으로 정부에 있음을 밝힌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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