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지혈증은 협심증, 심근경색증, 뇌졸중 등 중증 심뇌혈관질환의 발병 위험을 높이지만 평소 특별한 증상이 없어 간과하기 쉽다. 국내 당뇨병 환자의 83.3%가 고지혈증을 가지고 있는데 인지율과 치료율은 20~30%대에 불과해 당뇨병 환자의 고지혈증 관리가 시급하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어 주목된다.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가정의학과 김경수(임상시험센터장), 김승재(국제진료센터) 교수팀이 2014년부터 2018년까지 국민건강영양조사 자료를 활용해 심뇌혈관질환이 없는 19세 이상 성인 당뇨병 환자 4,311명을 대상으로 고지혈증 유병률과 인지율 및 치료율을 조사 분석했다.
연구 결과, 국내 성인 당뇨병 환자의 83.3%가 고지혈증을 가지고 있었으며, 여성 88.3%, 남성 78.1%로 여성이 남성보다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19~39세의 젊은층 유병률이 88.5%로 다른 연령층보다 높았다. 이는 기존 연구에서 보고된 일반 인구의 20~30대 고지혈증 유병률(15~20%) 보다 훨씬 높은 수치로 당뇨병 환자의 경우 보다 이른 나이부터 고지혈증 관리가 필요함을 시사한다.
반면 고지혈증 인지율과 치료율은 각각 36.5%와 26.9%에 불과해 대다수 당뇨병 환자들이 본인이 고지혈증이 있는 것을 모르거나 치료를 받고 있지 않았다. 또한 고지혈증 조절률(LDL-C<100mg/dL)을 조사한 결과 18.8%로 나타나 대다수의 당뇨병 환자들이 고지혈증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고지혈증 조절률과 다중 변수의 연관성을 알아보기 위해 다중 로지스틱 회귀분석을 실시한 결과, 고지혈증 적정 조절에 영향을 주는 요인으로 40세 이상의 나이, 높은 체질량지수(BMI), 도시 거주, 낮은 당화혈색소 수치, 고혈압, 부정적인 주관적 건강상태, 정기적 건강검진 등으로 나타났다. 즉 고령, 동반질환(고혈압, 비만) 등으로 자신의 건강 상태에 대해 경각심이 큰 사람들이나 혈당 조절이 잘되는 사람 및 의료서비스에 대한 접근성이 높은 도시에 거주하는 당뇨 환자들의 고지혈증 조절이 상대적으로 양호한 것으로 추측된다.
고지혈증은 과다한 지방 성분(콜레스테롤, 중성지방)이 혈관벽에 쌓여 염증을 일으키는 질환이다. 고지혈증은 특별한 증상이 없지만 이로 인해 혈관에 동맥경화가 일어나고 결국 협심증, 심근경색증, 뇌졸중 등이 생길 위험이 높아진다. 특히 혈액 내 콜레스테롤 수치가 증가할수록 심장질환 발생 및 사망률이 증가한다. 고지혈증 치료는 식이요법∙운동요법을 포함한 생활습관 개선과 콜레스테롤 수치에 따라 지질대사를 개선시키는 약물요법을 병행하게 되며, 혈중 지방질을 낮추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관리가 필수다.
연구팀은 당뇨병 환자는 건강인에 비해 심혈관질환 발생 위험이 2~4배 높으므로 심혈관질환을 예방하기 위해 보다 철저한 고지혈증 관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실제로 미국, 유럽 등의 고지혈증 관리지침에서는 당뇨 환자의 고지혈증을 보다 엄격하게 관리할 것으로 권고하고 있으며 한국지질동맥경화학회도 심뇌혈관질환이 없는 당뇨 환자를 고위험군으로 지정해 저밀도 지질단백질 콜레스테롤(LDL cholersterol)을 100mg/dL 미만으로 조절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김경수 교수는 "당뇨병은 제대로 관리가 되지 않으면 관상동맥 및 뇌혈관 등에 동맥경화나 죽상경화증을 일으켜 협심증, 심근경색 및 뇌졸중 발생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이런 대혈관 합병증은 당뇨병 환자의 주된 사망원인이며 죽상경화증의 대표적인 위험인자가 고지혈증"이라고 말했다.
이어 "당뇨병 환자는 철저한 혈당 관리와 더불어 정기적으로 고지혈증 검사를 받고 꾸준히 치료받아야 합병증을 예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승재 교수는 "이미 고지혈증 치료를 받고 있는 당뇨 환자들의 경우에도 LDL 콜레스테롤이 목표치(100mg/dL 미만)로 조절되는지 지속적인 추적 관리가 필요하며 조절이 불량할 시 약물 증량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 결과는 '건강∙질병과 지질(Lipids in Health and Disease)' 온라인판에 3월 26일자로 게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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