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남성이 여성보다 더 잘 걸릴 수 있다는 주장을 뒷받침할 연구 결과가 나왔다.
코로나19는 인체에 감염할 때 세포 표면의 ACE2(앤지오텐신 전환효소2) 수용체와 결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끈끈한 스파이크 단백질은 이 효소와 단단히 결합하는 특성을 갖고 있는데 이것이 바이러스가 세포에 침입하는 일종의 통로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이 세포 침입 경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전염력이 유난히 강한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그런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를 세포 내로 끌어들이는 ACE2 수용체가 여성보다 남성 혈액에 훨씬 더 많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 연구를 수행한 네덜란드 흐로닝언대 메디컬센터의 아드리안 포르스 심장학 교수팀은 11일 관련 논문을 유럽심장학회 회보인 '유럽 심장 저널(European Heart Journal)'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유럽 11개국의 심부전 환자 3천720명(남 2천608명·여 1천112명)을 각각 실험군 2천22명(남 1천485명·여 537명)과 대조군 1천698명(남 1천123명·여 575명)으로 나눴다.
그런 다음 ACE2 수용체 농도에 영향을 미칠 임상적 요인, 즉 ACE 억제제나 ARBs(앤지오텐신 수용체 차단제) 사용 여부와 만성 폐쇄성 폐 질환·관상동맥 우회술·심박세동 등의 병력을 대조 분석했다.
중위연령은 실험군에서 남성 69세·여성 75세, 대조군에서 남성 74세·여성 76세였다. 그 결과 혈장의 ACE2 농도를 예측하는 데 가장 큰 변인이 '남성'이라는 게 밝혀졌다.
논문의 제1 저자인 이지아 사마 박사는 "강력한 생물표지 가운데 하나인 ACE2의 혈장 농도가 여성보다 남성에서 훨씬 높다는 걸 발견했을 때 남성의 코로나19 사망 위험이 더 큰 이유를 잠정적으로 깨달았다"라고 말했다.
포르스 교수는 "MRAs가 ACE2 농도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는 확실하지 않으며, 코로나19에 걸린 심부전 환자가 사용을 중단해야 한다고 보지도 않는다"라면서 "MRAs는 아주 효과적인 심부전 치료제이며, 바이러스 감염에 대한 잠정적 효과도 신중히 고려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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