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가 마스크 대란 사태와 관련해 의료진 탓을 한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사과를 요구하고 나섰다.
의협은 16일 성명서를 통해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가 심각성을 더 하는 가운데 우리나라 보건의료의 책임자인 박능후 복지부 장관이 또 다시 구설수에 올랐다"며 "박 장관의 발언은 의료진 최전선의 사기를 바닥으로 떨어뜨리는 최악의 망언"이라고 비판했다.
앞서 박 장관은 지난 12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료진의 방호복과 마스크 부족현상은 본인들이 넉넉하게 재고를 쌓아두고 싶은 심정에서 부족함을 느끼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 장관은 "대구의 한 병원에서 방호복이 부족하다고 해 직접 확인해 봤는데, 하루에 소비하는 게 200벌인데 저희가 공급하고 있는 건 300벌인데도 부족하다고 그런다"며 "제가 의원님들보다 현장을 더 많이 다닌다"고 했다.
이에 의협은 "의원급에서는 원장과 직원이 마스크를 사기 위해 환자들과 함께 약국 앞에 줄을 서는 진풍경이 벌어지고 국내 유수의 병원들조차 수술용 마스크가 없어 면 마스크 사용을 고려하는 상황에서 모든 책임을 의료인의 욕심 탓으로 돌렸다"며 "목숨을 걸고 코로나19와의 전쟁에 나서고 있는 의료진을 모욕하고 허탈하게 만드는 바이러스보다도 독한 망언"이라고 비난했다.
의협은 박 장관의 앞선 발언들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박 장관은 지난달 2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코로나19 국내확산의)가장 큰 원인은 중국에서 들어온 한국인"이라는 발언을 했다.
이에 의협은 "코로나19가 확산된 것은 중국으로부터 들어온 우리 국민 탓이고, 현장에서 보호구가 부족한 이유는 의료진의 이기심 때문이라고 목청을 높이고 있다"며 "책임을 져야 할 사람이 오히려 책임을 국민과 의료인에게 전가하고 있다. 거기에 '환자수가 많은 것은 방역 역량의 우수성을 증명하는 것'이라는 아전인수 식의 현실인식까지, 가히 최악을 거듭하는 설상가상"이라고 비판했다.
끝으로 의협은 "박능후 장관의 이번 발언은 의료진들의 고귀한 정신을 욕되게 했다"며 "양심이 있다면 정식으로 고개 숙여 사과하라"고 했다. 이어 "큰 소리 칠 그 에너지로, 심각한 현장의 실태를 제대로 파악하여 의료진을 보호할 수 있는 대책부터 마련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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