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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르페스 바이러스 속 '생존 암호' 찾았다…국내 연구진, 면역 반응 유도 기전 규명

이호신 기자 기자

전 세계 인구의 절반 이상이 앓고 있는 흔한 질환이지만, 완치가 어려워 난제로 꼽히던 헤르페스 바이러스의 감염 통제 원리가 국내 연구진에 의해 밝혀졌다. 우리 몸의 면역 체계가 바이러스의 특정 유전 서열을 감지해 스스로 방어에 나선다는 사실을 규명한 것이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 생명과학과 이상준 교수팀은 성균관대, 제주대, 기초과학연구원(IBS)과의 공동 연구를 통해 헤르페스 바이러스 DNA 속에 숨겨진 특정 반복 서열이 우리 몸의 선천 면역 반응을 유도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27일 밝혔다.

숨어 있던 바이러스, 'T' 염기 서열에 덜미 잡혔다

헤르페스 제1형 바이러스는 평소 신경절에 숨어 있다가 면역력이 떨어지면 피부 세포를 감염시킨다. 이때 우리 몸의 대식세포 안에 있는 면역 센서 단백질인 'AIM2'가 작동하게 되는데, 연구팀은 AIM2가 바이러스를 감지하는 결정적인 열쇠가 DNA 내 'poly(T)'(티민 염기가 길게 반복된 구간) 서열임을 밝혀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똑같은 헤르페스 바이러스라도 이 poly(T) 서열이 있는 균주에서만 AIM2가 활성화되어 염증 반응과 감염 세포 사멸이 일어났다. 반면 이 서열이 없거나 20개 미만으로 짧은 경우에는 면역 반응이 거의 나타나지 않아 바이러스가 빠르게 증식했다. 특히 서열의 길이가 길수록 면역 반응이 강해지는 '길이 의존성'도 함께 확인됐다.

동물 실험서 증명... "면역 조절 치료제 개발의 새 지평"

연구팀은 동물 실험을 통해 그 효과를 다시 한번 증명했다. 특정 서열이 있는 바이러스는 체내 면역 반응에 의해 증식이 억제되었으나, 서열을 제거한 바이러스는 면역망을 피해 치명적인 감염으로 이어졌다.

이상준 교수는 "이번에 발견한 반복 서열은 헤르페스뿐만 아니라 여러 중증 감염병 바이러스에서도 공통적으로 발견된다"며 "바이러스를 직접 공격하는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면역 센서의 활성도를 조절하는 '맞춤형 신약' 개발의 이론적 토대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Nature Communications)'에 게재되었으며, 한국연구재단과 기초과학연구원 등의 지원을 받아 수행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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