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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리코박터균, 기존 항생제 1/10로 잡는다… 국내 연구진 '스마트 나노 기술' 개발

이호신 기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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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연구진이 위암의 주요 발병 원인인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이하 헬리코박터균)을 기존 항생제 용량의 10분의 1만으로도 효과적으로 제거할 수 있는 차세대 표적 치료 기술을 개발했다.

부산대학교는 제약학과 유진욱 교수 연구팀이 홍합의 접착 원리를 응용한 '스마트 나노입자 시스템'을 통해 위 점막 깊숙이 서식하는 헬리코박터균을 정밀 타격하는 데 성공했다고 13일 밝혔다.

그동안 헬리코박터균 치료는 임상 현장에서 큰 난제로 꼽혀왔다. 위장의 강한 산성 환경과 두꺼운 점액층으로 인해 약물이 균까지 도달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환자들은 장기간 고용량 항생제를 복용해야 했으며, 이는 설사 등의 부작용과 더불어 항생제 내성을 키우는 악순환의 원인이 되었다.

연구팀은 홍합이 거친 파도 속에서도 바위에 단단히 붙어 있는 원리인 '폴리도파민' 기술을 활용해 이 장벽을 극복했다. 이번에 개발된 나노입자는 위장의 강산성 환경에서도 안정성을 유지하며 점액층을 통과한 뒤, 표적인 헬리코박터균에만 선택적으로 강력하게 달라붙어 약물을 집중 전달하도록 설계됐다.

실제 실험 결과, 개발된 나노입자는 위궤양 조직 내부 깊숙이 침투해 균을 99.9% 제거하는 탁월한 살균 효과를 보였다. 특히 기존 치료법 대비 항생제 사용량을 90%나 줄이고도 높은 치료 효율을 입증했다는 점에서 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유진욱 교수는 "이번 연구는 위장 내의 가혹한 생물학적 장벽을 극복하고 표적 병원균에만 선택적으로 약물을 전달하는 새로운 전략을 제시한 것"이라며 "향후 항생제 내성을 줄이고 치료 효율을 높여 환자들의 삶의 질을 개선하는 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아 수행되었으며, 김현우 박사과정생이 제1저자로, 유 교수가 교신저자로 참여했다. 연구 결과는 약물 전달 분야의 권위 있는 국제 학술지인 '저널 오브 컨트롤드 릴리스(Journal of Controlled Release)'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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