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제약 거물 로슈(Roche)가 야심 차게 준비해 온 경구용 선택적 에스트로겐 수용체 분해제(SERD) '기레데스트란트'가 대규모 임상 연구에서 일차 평가변수(Primary Endpoint) 달성에 실패했다.
이번 결과는 기존 호르몬 요법을 대체할 차세대 혁신 신약으로 기대를 모았던 로슈의 항암제 파이프라인 전략에 상당한 타격이 될 것으로 보인다.
▲ 표준 치료 대비 우월성 입증 실패
9일(현지 시각)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로슈는진행성 유방암 환자를 대상으로 기레데스트란트와 화이자(Pfizer)의 기존 치료제를 병용 투여한 임상 3상 결과, 표준 요법 대비 환자의 무진행 생존기간(PFS)을 유의미하게 연장하지 못했다고 발표했다.
약 1,000명의 ER 양성 진행성 유방암 환자를 대상으로 한 이번 연구에서 기레데스트란트 병용 요법은 안전성 측면에서는 문제가 없었으나, 효능 면에서는 수치상 미미한 개선을 보이는 데 그쳐 통계적 유의성을 확보하지 못했다.
이번 임상 실패 소식이 전해지자 취리히 증시에서 로슈의 주가는 장 초반 최대 7.5%까지 급락했다.
이는 지난주 질란드 파마(Zealand Pharma)와 공동 개발 중인 비만 치료제 후보물질의 실망스러운 데이터 발표에 이은 연이은 악재다.
투자자들은 주요 의약품의 특허 만료에 따른 매출 공백을 기레데스트란트가 메워줄 것으로 기대해 왔다.
특히 SERD 계열 약물은 유방암 호르몬 치료 분야에서 20여 년 만에 등장한 주요 혁신으로 꼽혀왔기에 시장의 실망감은 더욱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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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슈 “여전히 표준 치료제 가능성 충분”
임상 실패에도 불구하고 로슈 측은 기레데스트란트의 상업화 의지를 꺾지 않고 있다.
로슈는 앞서 진행된 두 건의 대규모 후기 임상에서 명확한 이점을 확인했다는 점을 강조하며, 이번 결과가 전체 개발 프로그램의 실패를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로슈는 다른 환자군을 대상으로 한 또 다른 임상 3상을 계속 진행 중이며, 해당 결과는 2027년경 도출될 예정이다.
미국 규제 당국(FDA)은 이미 긍정적인 결과를 얻은 기존 데이터를 바탕으로 기레데스트란트에 대한 검토를 수락한 상태다.
로슈는 추가 데이터를 보완해 승인 절차를 가속화한다는 방침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