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약처 연구…비타민C·멜라토닌 섭취하면 유전자 손상 감소

컴퓨터단층촬영(CT) 검사 전에 비타민C나 멜라토닌을 섭취하면 방사선 피폭으로 인한 유전자 손상을 상당 부분 줄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29일 한림대 의대 이재용 교수팀은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용역연구개발과제로 'CT 촬영에 대한 방사선 방어 약제로서의 항산화제 효용성 연구'를 수행한 결과, 항산화제인 비타민C와 멜라토닌이 방사선 방어약제로서 효과가 있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최근 3개월간 CT 촬영을 하지 않은 건강한 성인 129명을 세 그룹으로 나눠 CT 촬영 1시간 전 비타민C(1g)와 멜라토닌(5㎎), 물을 각각 경구 투여한 후에 촬영 30분 후 유전자 손상 정도를 보여주는 '유전자 손상 신호(γ-H2AX foci)'와 '유전자 손상(DNA strand break)' 형성 정도를 분석했다.

그 결과 물을 섭취한 그룹은 CT 촬영 후 '유전자 손상 신호' 형성이 11배나 급격히 증가했으나 비타민C와 멜라토닌을 섭취한 그룹은 3.47배, 3.97배 증가하는 데 그쳤다.

비타민C와 멜라토닌 섭취가 CT 촬영에 따른 유전자 손상을 각각 69.1%, 64.6% 줄여준 것이다.

'DNA 손상' 형성도 위약 그룹에서는 CT 촬영 후 5.2배나 증가했으나 비타민C, 멜라토닌 섭취 그룹에서는 각각 0.99배, 1.16배 증가하는 데 그쳐 이들 약제가 거의 손상을 100% 보호해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CT 검사 후 유전자 손상은 10∼40대 젊은 층에 비해 50대 이상 고령층에서 더 크게 나타났다.

이재용 교수는 "CT 촬영 후 상당한 수준의 유전자 손상이 나타나고, 사전 항산화제 섭취가 유전자 손상을 예상보다도 훨씬 효과적으로 줄여준다는 것이 확인됐다"며 "방사선 방어약제 개발에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항산화제가 유전자 손상을 막아주긴 하지만 손상된 유전자를 복구하지는 못하기 때문에 CT 촬영 후 손상을 복구하는 방법에 대한 연구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용역을 발주한 식약처의 김형수 약리연구과장은 "항산화제가 CT 촬영으로 인한 유전자 손상을 상당 부분 줄여주긴 하지만 방사선 피폭으로 인한 어느 정도의 유전자 손상은 불가피한 만큼 과다하게 CT를 촬영하지 않도록 의료인과 환자 모두 주의해야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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