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민영보험인 실손보험금 청구를 병원이 자체적으로 청구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소비자와 병원 측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병원이 직접 보험금을 청구할 경우 소비자는 영수증을 모아두는 등의 불편을 크게 줄일 수 있고, 적은 금액이라도 보험금을 청구하지 않는 경우가 사라져 가계의 의료 부담금을 줄일 수 있다.
특히 병원의 부당 청구나 과잉 진료를 줄일 수 있어 소비자와 업계간의 신뢰 회복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의료 업계는 난색을 표하는 입장이다. 소비자 편익 증대에는 찬성하지만 병원 측이 떠앉아야 하는 부분이 많아지기 때문이다.
△ 병원이 실손보험 청구하는 '실손보험 제3자(요양기관) 청구제'의 당위성 = 실손보험 가입자는 손해보험업계 통계로 약 2천500만명에 달한다. 생보업계 600여만명 공제 조합까지 합치면 3천만명을 훌쩍 넘는다. 보험개발원 통계치로는 60세 미만의 실손보험 가입률은 64.7%로 실손 보험이 사실상 국민들의 의료비의 한축을 담당하고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보험연구원의 한 관계자는 "실손의료보험 피보험자가 전 국민의 50%를 웃도는 상황에서 실손보험을 국가 의료보장체계의 한 축으로 인식해 발전적인 방향으로 이끌어 가야 한다"고 말했다.
법망의 사각지대에 있던 실손보험이 체계적인 관리 시스템으로 들어와야 한다는 목소리인 셈이다.
△ 소비자 편의 도모하고 국민당 의료비를 낮출 수 있을 것 = 실손보험금을 병원에서 보험회사로 직접 청구하면 국민들의 의료부담이 적어지는 효과를 볼 수 있다.
보험연구원이 최근 성인 1천2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보험금 미청구 조사에 따르면 1만원 이하 외래진료비에 대한 미청구 건수 비율은 51.4%나 됐다. 1만원을 넘는 금액에 대해서도 9.6%가 보험금을 받지 않았다. 약 처방도 8천원 이하는 49.5%가 보험금을 청구하지 않았고, 8천원 이상은 그 비율이 6.6%에 달했다.
건당 입원비는 무려 32만5천원에 이르는 비싼 입원비에 대한 미청구율도 4.5%나 된다.
미청구 이유로는 '금액이 적어서'라는 응답(87.7%)이 가장 많았고 '진단서 등 발급비용 지출'에 따른 부담이 7.2%, '번거로운 청구과정'은 4.3%였다.
새 제도가 도입되면 심평원에서 실손보험금 청구내역을 감사하기 때문에 병원의 과잉진료와 부당청구를 원천적 막아 의료비 투명화에 일조한다.
△ 의료계 "현실적으로 어려움 많아" = 의료계는 소비자의 불편이 줄어들고 편익이 증대되는 면에서는 긍정적이지만 현실적인 어려움을 토로한다.
보험회사에 청구한 진료비를 돌려받기까지 1~2주의 기간이 의료기관으로서는 자금 융통에 여러움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 때문이다.
실손보험 상품이 다양하고 복잡해 환자 본인부담금 산출 작업 역시 만만찮다. 보험금 지급이 잘못될 경우 환자로부터 돈을 돌려받기도 난감하고, 이로인해 회수가 안되는 상황에 대해서도 의료업계는 난색을 표한다.
무엇보다도 수익성을 위해서 환자에 따라 다양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며 고가의 선택진료로 수익을 얻어야 하는 의료기관 입장에서는 진료비에 대한 심사를 받는 것이 마뜩치 않은 일이다.
의사협회의 한 관계자는 "소비자의 효율성 입장에서는 좋은 취지이지만, 사보험의 영역을 공보험과 같은 체계로 하는 것이 맞는 것인지는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병원은 환자를 치료하는데 매진해야 하는데 도입했을 경우 의료인이 떠안아야 하는 일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 당국 "의료 업계 설득해 추진할 것" = 보건당국 관계자는 "건강보험은 급여 기준과 의료수가가 동일하지만, 실손보험은 보험약관마다 달라서 얼마를 지급할지에 대해 혼란이 있을 것"이라며 "도입을 하기 위해서는 이런 기준이 정비돼야 하고, 법안 등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금융당국 관계자는 "이해 관계자들을 잘 설득해서 협의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 비급여 진료비 증가로 의료비 부담 증대 = 전체 치료비에서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진료비 비중은 늘어나고 있다.
주요 손보사에 제출된 병원 치료비를 보면 전체 치료비에서 비급여 진료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1년 60.3%에서 지난해 10월까지는 65.8%였다.
급여 진료비 비중(34.2%)의 약 두 배에 달한다.
이는 해마다 비급여 진료비가 증가하는 것은 병원이 환자들에게 고가의 비급여 진료를 권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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