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게 살고자하는 인간의 욕구는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다. 불로장생(不老長生)을 위해 불로초(不老草)를 찾아 혈안이 됐던 '진시황'에서 날씬한 몸매와 젊음을 유지하기 위해 매년 수억을 쏟아 붓는 할리우드 스타에 이르기까지 젊게 살기 위한 노력은 끝이 없다.
연말을 맞아 젊게 산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분야별 전문의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그 의미를 재해석해 보고 ‘참된 젊음’이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해 보고자한다.
첫 번째 시간으로 대한피부과학회 서울지부회 회장을 맡고 있는 초이스피부과 원장인 최광호(사진·53) 의학박사를 만나 ‘젊게 사는 법’에 대해 들어봤다.
최광호 박사는 우선 젊음에 대해 ‘신체적 젊음 이상으로 마음의 젊음도 매우 중요하다’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최근 급속한 고령화로 인해 젊게 살고자 노력하는 사람이 더 많아지고 있습니다. 청바지 입고 멋있게 ‘젊은 오빠’처럼 지내는 분이 많아지는데, 7080같은 TV프로를 봐도 배철수 씨가 50대 같이 보이지 않죠?”
“그리고 요즘은 예전의 나이든 50~60대보다 훨씬 젊은 사람이 많은데, 이는 하고 다니는 모양이나 옷매무새뿐만 아니라 마음이 젊기 때문인 듯합니다. 젊은 마음가짐을 가지고 사니까 50~60대가 돼도 젊은 느낌이 드는 것이죠”
최 박사가 생각하는 젊음은, ‘정신상태’에 달려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피부과전문의로서 그는 젊게 보이는 것 가운데 큰 비중을 차지하는 외모와 관련, 특히 피부관리에 대해서는 어떤 조언을 할까?
최 박사는 무엇보다 피부는 ‘탄력’과 ‘미백’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특히 '전체적 피부 미백'이 상당히 중요하다고 말하는데, 이는 '피부에 잡티가 많고 죽음깨나 검버섯이 있으면 상당히 늙어 보이기 때문'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몇 해 전부터 불고 있는 꽃미남 열풍과 회사 면접 시 외모의 비중이 커지면서 예전과 다르게 남성들도 여성 못지않게 외모에 신경 쓰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를 반영하듯 최 박사의 병원를 찾는 환자 가운데 남성의 비율이 계속 늘고 있다고 한다.
“어떤 경우 스킨케어실의 반 이상이 남성일 경우도 있습니다. 스킨케어 받는 남성이 있다는 사실이 예전에는 희귀한 경우였지만 이제는 아니죠. 사회적으로 명예퇴직도 빨라지면서 남성들이 젊음을 더 간직하려는 성향이 더 커지지 않았다 생각됩니다”
피부과를 찾는 환자들의 연령대에 따라 신경 쓰는 부분도 다르다고 한다. 주 고객층인 20~30대는 주로 피부색소 질환 때문에 찾는다. 그리고 10~20대는 여드름 치료, 30~40대는 주름이나 피부노화, 50~60대는 검버섯 등으로 피부과를 찾는다고 한다.
특히 최 박사는 피부는 젊게 보이기 위한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 강고 한다. 인사할 때 ‘너 얼굴 좋아졌다’고 하는 것은 피부가 좋아졌다는 것인데, 약간 통통해지고 탄력 있어지면 얼굴이 더 젊어 보인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갑자기 운동이나 다이어트를 해서 살이 빠지면 피부 탄력이 줄기 때문에 나이 들면서는 약간 통통한 것이 좋습니다. 너무 지나친 다이어트는 젊어 보이는데 오히려 지장이 있죠”
물론, 조금이라도 젊고 건강하게 보이고자 하는 데는 나이 구분이 없는 듯하다. 실제로 최광호 박사를 찾는 환자들의 연령층과 시술부위를 보면 정말 다양하다.
“전 연령층에 걸쳐 다양한 부위의 시술을 하는데, 10~20대는 주로 여드름 치료 등 주로 피부를 더 좋게 보이기 위해 찾아옵니다. 제일 피부 상태가 좋을 때가 20대 초반인데 25세부터는 피부가 늙는다고 보고, 그때부터는 조금씩 질환이 있습니다. 30~40대는 잔주름이나 피부 리프팅 관련 시술을 하죠. 그 외에 제모나, 모발이식 등 미용에 관련된 것 외에도 많이 찾습니다”
▲ 국내 의료관광과 관련해 해외 환자를 맞을 준비가 필요하다며 의학지식과 언어에 능통한 코디네이터가 필요하다고 강조하는 최광호 박사 ⓒ윤현규 기자 |
현재 글로벌헬스케어협회 부회장직을 맡고 있는 최광호 박사는, 최근 국내 의료관광을 통해 중국인들이 내원을 많이 한다고 설명했다. 주된 이유는 초이스피부과의 상담실장이 중국에서 한의사를 하다 왔기 때문에 중국말이 유창하고 북경에 개원한 경험이 있어, 중국 쪽에서 환자들이 많이 찾는다는 것.
그리고 정부에서 최근 해외의료관광 환자 유치를 지원해주고 있어 병원에서도 더 신경 쓰고 있어 아직 기대에는 못 미치지만 예년에 비해 늘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 환자들이 시술 받는 것은 주로 스킨케어나 울쎄라 시술 같은 리프팅 치료와 모발 이식 등으로 가능하면 1~2회로 끝나는 비교적 가벼운 시술을 많이 원합니다. 장기체류가 아니니 금방금방 치료 받고 갈 수 있는 것을 원하는 거죠. 우리가 중국 가서 마사지 받듯 한류 바람 타고 우리가 미용이나 성형수술에 앞서 있는 것으로 인식해 간단히 스킨케어 정도 받고 경험 삼아 받고 가는 경우도 있습니다”
최 박사는 특히 최근 중국의 급격한 경제성장에 힘입어 씀씀이가 커진 것에 주목했다. 중국의 부유층 뿐만 아니라 상당수 중국인들이 한번 오면 500만원 정도는 쓰고 간다는 것이 그 이유다.
“이런 것을 보면 중국 환자를 받을 준비를 잘 해야 할 필요성을 느낍니다. 특히 통역이 중요한데, 우리가 해외를 가더라도 치료 전 모든 과정에 대해 설명을 듣고 치료에 들어가야 안심이 되듯이 외국 환자들이 신뢰하고 치료를 받고 갈 수 있도록 충분한 설명이 되도록 의사소통이 잘 돼야 합니다”
최광호 박사는 초이스피부과의 성공요인에 대해 최신 의료 기술을 발 빠르게 도입해 적용한 것이 중요했다고 말한다. 이 피부과는 국내 최초로 백반증 치료 레이저인 '엑시머 레이저'를 도입한 곳으로 유명하기도 하다.
그런데 특이한 것은 요즘 상당수 병의원들이 네트워크를 확장하며 수를 늘리고 있는 것에 비해 22년 된 역사와는 다르게 초이스피부과는 분원이 3곳뿐이란 점이다. 이 점은 최광호 박사의 병원 경영철학에서 답을 찾을 수 있었다.
“병원을 확장하려다 보면 부실해질 수 있는데, 기존 병원이라도 잘 관리해서 항상 탄탄하게 내실을 기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일정한 훈련을 받은 의료 인력이 배치가 돼야 하는데 확장하다 보면 그 수준이 차이가 나게 됩니다. 그러다 보면 본원보다 수준이 떨어질 수 있고 또 많아지다 보면 전체적인 관리가 힘들어집니다. 그래서 어느 정도 수준을 유지하면서 탄탄하게 됐을 때 뻗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병원이 많아질수록 세(勢)가 커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질적인 면과 충실도가 떨어지기 때문에 브랜드는 약화될 수 있습니다”
최 박사는 병원 하나하나에 경험 있고 잘 훈련된 의사나 간호사 등 의료진 충분히 포진돼 있어야 새로운 기술도 잘 받아들일 수 있고 환자들도 믿고 치료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내실이 가장 우선'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런 고객 신뢰가 바탕이 돼야 미국이나 중국 등 해외환자들을 유치할 수 있고, 이를 통해 궁극적으로는 장기적 목표로 세운 해외 진출이 가능하다는 생각이다.
▲ 학창시절 그룹사운드에서 드럼을 쳤다는 최광호 박사는 지금도 드럼을 치면서 그때로 돌아간다고 한다. ⓒ윤현규 기자 |
“‘피부(몸)는 마음의 거울이다’는 말처럼 마음을 건강하게 하고 마음을 살찌우는 것이 중요합니다. 많이 스트레스 받고 힘든 상황이 되면 피부도 칙칙해지고 나바지는데 항상 긍정적이고 행복한 마음을 갖도록 노력하는 것이 좋고 항상 즐거운 일을 만들어서 마음을 밝게는 것이 필요한 거죠”
이런 자신의 말을 입증하듯, 최 박사 자신도 가능하면 5~10년은 나이에 비해 젊어 보이게 지내려고 노력한다고 한다. 물건을 고르거나 취미생활을 할 때도, 젊었을 때 하던 것을 잘 유지해 가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저는 학창시절 그룹사운드에서 드럼을 쳤었는데 지금도 틈틈이 치고 있습니다. 당시 돈이 없어 사지 못했던 드럼이지만, 지금은 나름 여유가 생겨 꿈에 그리던 최고급 전자 드럼을 장만했습니다. 보기만 해도 마음이 즐겁고, 연주를 할 때면 그 시절로 돌아간 듯해서 젊은 기운을 더 느끼게 됩니다”
'무엇보다 스스로 젊게 살고자 적극적으로 움직이는 것이 중요하다'는 최광호 박사. '옷을 입더라도 좀더 신경 쓰고 자신을 잘 관리하고 권위적인 것을 탈피해 자기보다 연배가 어린 사람과도 친하게 지내면서 어울릴 줄 알아야 한다'며 짓는 그의 함박웃음 속에서도 젊음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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